청소년 삶 만족도 OECD '하위 5위'…스트레스 인지율 42.3% '빨간불'
데이터처 '삶의 질' 보고서…상대적빈곤율 역대최저, 아빠와 시간 늘어
불안·또래폭력 급증 속 학교 만족도 '뒷걸음질'…스마트폰 과의존 심화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물질적 삶의 질은 개선됐지만, 정신건강과 사회 관계 영역에서는 부정적 지표가 악화하며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빈곤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변화도 있었으나,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또래 폭력과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도 심각해졌다.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 5위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발간했다. 2022년에 이은 두 번째 보고서로, 건강, 학습, 안전 등 8개 영역 62개 지표를 통해 만 0~18세 아동·청소년의 삶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상대적 빈곤율이 감소하고 주거 환경이 개선되는 등 물질적 생활 수준은 꾸준히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트레스 인지율, 범불안장애 경험률 등 정신건강 관련 지표는 악화했으며, 또래폭력 피해 경험률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률도 증가하는 등 사회·정서적 영역의 위기가 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출생 현상으로 아동·청소년 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올해 아동·청소년(0~18세) 인구는 708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3.7%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27.5%에 달했던 2000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수치다.
반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인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5년 6.3%를 기록했다. 2017년(3.0%)과 비교하면 8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가구 형태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율은 2024년 58.5%로 2016년(48.5%)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한부모 가구 비율은 2024년 7.7%로 2016년 이후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물질적 삶의 영역에서는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났다. 2023년 아동·청소년의 상대적 빈곤율은 8.6%로, 관련 통계가 분석된 2011년(16.4%)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14.9%)보다 6.3%포인트(p) 낮은 수치다. OECD) 37개국 중에서는 12위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주거 환경도 나아졌다.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율은 2023년 2.2%로, 2017년(4.4%)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거주지역별 편의시설 접근성 격차는 여전했다. 농어촌 지역은 문화체육시설, 교육시설, 대중교통 등 편의시설 접근성이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비해 10%p 이상 낮았으며, 특히 문화체육시설 접근성 격차는 17%p 이상 벌어졌다.
물질적 풍요와 달리 정신건강 지표는 일제히 경고등을 켰다. 2024년 중·고등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전년(37.3%) 대비 5.0%p 증가했다. 특히 여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9.9%로 남학생(35.2%)보다 14.7%p 높게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범불안장애 경험률 역시 2024년 14.1%로 전년(12.6%)보다 1.5%p 상승했다. 이 역시 여학생(18.0%)이 남학생(10.3%)보다 7.7%p 높았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급증했던 학생 비만율은 2021년 19.0%를 정점으로 소폭 감소해 2024년 18.3%를 기록했다. 그러나 10~18세 청소년의 영양결핍률은 2022년 17.8%에서 2023년 22.8%로 5.0%p 급증하며 식생활 불균형 문제를 드러냈다.
안전 및 위험행동 영역에서도 부정적 지표가 늘었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21년 10만 명당 501.9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해 2024년 356.8건을 기록했지만, 또래폭력 피해 경험률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또래폭력 피해 경험률은 2022년 16.3%에서 2024년 22.6%로 6.3%p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16.0%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언어폭력(9.1%)과 신체폭력(7.5%)이 뒤를 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피해 경험률이 31.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도 심화했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유치원생의 과의존 위험률은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초등학생은 2019년 24.4%에서 2024년 37.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중·고등학생의 과의존 위험률도 각각 41.7%, 41.4%에 달했다.
학습 분야에서는 상반된 지표들이 나타났다. 초·중·고 학생들의 평균 학습시간은 10년 전보다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학교 외 학습시간은 비슷하거나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특히 고등학생의 '학교 외 학습시간'은 2014년 2시간 16분에서 2024년 3시간 13분으로 1시간 가까이 늘었다.
이는 사교육 참여율 증가와 맞물린다. 2024년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은 80.0%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이 87.7%로 가장 높았다.
스스로 평가하는 학업 성취도는 2014년 3.10점(5점 만점)에서 2023년 3.32점으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학교생활 만족도는 3.10점(4점 만점)에서 2.84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가족 및 또래 관계에서도 긍정적, 부정적 변화가 공존했다. 0~5세 아동이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2024년 10.9시간으로, 2015년(8.8시간)에 비해 2시간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청소년(13~18세)들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관계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9년 90.1%에서 2023년 83.7%로 감소했다.
아동·청소년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2023년 6.91점(10점 만점)으로 2020년(6.80점)보다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부정정서(걱정, 우울) 점수는 2017년 2.67점에서 2023년 2.99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15세)의 삶의 만족도는 OECD 37개국 중 뒤에서 5번째에 머무는 등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삶의 만족도가 6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5%로, 튀르키예(43%), 영국·칠레(62%), 폴란드(64%) 다음으로 낮았다. 네덜란드(87%), 핀란드(82%), 덴마크(81%) 등 상위권 국가들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김진 국가통계연구원장은 "보고서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측정 결과가 아동·청소년 삶과 권리 보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정책 수립에 활용되어 아이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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