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갑질' 브로드컴 동의의결 확정…130억 상생기금 마련

공정위, 동의의결안 확정…브로드컴, 국내 제조사에 구매강요 금지
브로드컴, 국내 반도체 인력 교육…중소업체에 EDA 지원

[자료]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2024.11.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셋톱박스 기업에 자사 반도체만 사용하도록 요구한 미국 브로드컴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회사 측이 상생안을 확정했다.

브로드컴은 향후 거래처에 자사 제품 사용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3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이같은 내용의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 유료방송사업자(셋톱박스 구매자)의 입찰 등에 참여할 때 브로드컴의 시스템반도체(SoC)가 탑재된 셋톱박스만을 제안하도록 했다. 또 기존에 경쟁사업자의 SoC를 탑재하기로 정한 사업에서 브로드컴의 제품으로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브로드컴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송부받기 전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했다.

동의의결이란, 법 위반 혐의가 중대·명백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 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이번 동의의결안 확정에 따라 브로드컴은 앞으로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 거래상대방에게 브로드컴의 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또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와 거래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브로드컴과 거래상대방의 기존 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거래상대방의 시스템반도체 수요량의 과반수(50% 초과)를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거래상대방에게 가격·비가격(기술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거래상대방이 시스템반도체 수요량의 과반수 구매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시스템반도체의 판매·배송을 종료·중단·지연하거나 기존 혜택을 철회·수정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브로드컴은 이러한 시정방안을 준수하기 위해 자율준수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임직원들 대상 공정거래법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방안 준수 여부를 공정위에 2031년까지 매년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브로드컴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국내 중소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13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상생방안은 크게 △반도체 전문가 및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운영 지원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분야의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EDA) 지원(5년간 연 40여 개 중소사업자 지원 계획) △중소사업자를 위한 홍보 활동 지원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의 성격,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방안의 거래 질서 개선 효과, 다른 사업자 보호,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동의의결안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브로드컴이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분야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