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칼 빼든 정부…상습·악의적이면 과태료·과징금 부과

범정부 합동 '임금체불 근절 대책'…징벌적손배 청구도 가능
임금체불 처벌 최고수위도 징역 3년→5년 이하로 강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1~11월 누적 임금체불액은 1조 8659억 원이다. 해당기간 월평균 임금체불액이 1696억 원인 점을 볼 때, 2024년 임금체불 총액은 2조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역대 최대치 임금체불액은 2023년 1조 7845억 원이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1년 만에 체불액 규모가 급증한 셈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상습·악의적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징금·과태료 제도를 도입한다.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체불임금의 3배 이내)나 출국 금지도 가능해진다. 임금체불에 따른 사업주 처벌 수위도 최고 징역 3년 이하에서 징역 5년 이하로 강화된다.

정부는 또한 체불 사업주가 정부 지원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변제금 회수율 제고 차원에서 회수전담센터 설치 및 국세와 같은 강제징수 절차 도입을 검토한다.

고용노동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TF'를 개최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의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처음 2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경기둔화와 함께 산업구조적 요인, 현장의 여전한 무책임한 인식이 더해져 상반기 체불액도 전년에 비해 5.5% 늘어난 1조10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이에 정부는 임기 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임금체불의 실질적 감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주요 대책을 보면 우선 숨어있는 체불의 선제적 청산을 위해 하반기 근로감독을 기존 계획보다 대폭 확대(1만5000개소→2만7000개소)한다. 재직자 익명제보 감독,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합동 감독도 진행한다.

추석 명절 전 6주간 체불 청산 집중지도 기간도 운영한다. 노동당국은 청산지도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지방노동관서에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핫라인을 두고 접수되는 체불첩보 등에 신속히 반응하는 '체불 스왓팀'도 새로 구성해 투입한다.

이른바 '상습체불사업주 근절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의 내달 23일 시행을 앞두고선 신용제재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새로운 제도가 효능감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경제적 제재 대상 상습체불 사업주를 직전 연도 1년간 △ 퇴직금 제외 3개월분 임금 이상을 체불한 경우 △5회 이상을 체불한 데 더해 퇴직금 포함 체불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경우로 구체화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구조적으로 체불 발생 위험이 높은 업종에 대한 개선도 추진한다.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업종에 대해서는 도급비용에서 임금금비용을 구분해 지급하도록 법제화하고,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방안을 추진한다. 건설·조선 업종부터 우선 추진하되,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용 업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퇴직금 체불 해결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전 사업장에 퇴직연금 의무화도 추진한다.

총 체불액의 40%를 차지하는 퇴직금은 퇴직 시 일시에 지급함에 따라 체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퇴직금보다는 사전에 사외 적립을 할 수 있는 퇴직연금을 도입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임금체불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정부는 사업주가 임금체불을 '막대한 경영상 비용'으로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체불범죄의 법정형을 횡령 등 재산 범죄형량 수준으로 상향(3년 이하 → 5년 이하 징역)하고, 관련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실효적 구형·양형기준을 설정해 나갈 계획이다.

현행 명단공개 대상 확대(3년 이내 2회 유죄 → 1회 유죄) 및 명단공개에도 불구하고 다시 체불을 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 적용 제외, 과징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출국금지 등을 병행하는 방안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고액 임금체불 등 악의적 체불은 행위가 1회라도 체불임금을 청산하기 전까지는 정책자금 융자, 공공 보조·지원사업 참여 등 공공재정 투입을 제한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라며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첫걸음이자 기초노동질서 확립을 위한 초석이 임금체불을 근절하는 일"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체불 데이터 관리체계를 선진화하고,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TF'에서 지속적으로 대책의 성과를 점검하겠다"며 "필요 시 반의사불벌죄 개선 등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