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세금 구제도 어렵다…조세심판 인용률 '빈익빈 부익부'
세무대리인 있을 때 46.0%, 없을 때는 15.8%에 불과해
대리인도 급 차이?…청구세액 높을수록 '실인용률' 높아
- 권혁준 기자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과세 당국에게서 부과받은 세금이 억울해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린 이들의 '승소'(인용) 여부가 청구인의 유무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인 조세심판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8일 조세심판원의 '2021년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세 기준 조세심판 처리 건수는 6334건이고, 그중 인용 혹은 재조사가 결정된 인용률은 43.2%였다.
이 중 청구대리인을 선임한 심판 청구 사건은 5729건이었는데, 재조사가 1847건, 인용이 755건으로 인용률이 46.0%에 달했다. 전년도의 31.4%보다 14.6%포인트(p)나 상승한 수치다.
반면 청구대리인 없이 진행된 사건의 경우 605건 중 인용 68건, 재조사 24건으로 인용률이 15.8%에 그쳤다. 전년도(24.3%)와 비교해도 8.5%p나 하락했다.
다만 재조사를 제외한 실 인용률만 봤을 땐 대리인 선임 사건이 19.8%,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사건이 12.2%로 격차가 줄어든다.
조세심판을 청구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인을 청구대리인으로 선임한다. 법령 해석 등 과세당국과의 논리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러나 선임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납세자들의 경우 억울함을 느꼈다해도 청구대리인 없이 직접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청구대리인의 유무에 따른 인용률 차이는 결국 '빈익빈 부익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국세 말고 다른 세금 항목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세의 경우 청구대리인을 둔 사건의 인용률이 27.4%(실 인용률 25.6%), 그렇지 않은 사건은 16.7%(실인용률 9.1%)로 나타났다.
지방세의 경우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청구대리인을 둔 사건의 경우 인용률이 17.4%(12.8%)인 반면, 청구대리인이 없었던 사건은 인용률이 2.6%(실 인용률 2.3%)에 그쳤다.
다만 국세청은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영세납세자들을 위해 2014년부터 국선 대리인제도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국선대리인은 청구세액이 3000만원 미만이며 종합소득금액 5000만원, 소유재산 5억원 이하 등의 요건을 갖춘 영세납세자들에게 적용된다.
지난 2020년의 경우 국선대리인을 선임한 사건에 대한 인용률이 21.0%로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사건의 인용률(8.6%)보다 월등히 높았다.
조세심판 인용률은 청구 세액에서도 큰 편차를 나타냈다. 심판 청구 건수가 많은 내국세 기준으로 청구세액이 3000만원 미만의 소액인 사건의 인용률은 60.4%였는데, 그중 대부분은 재조사 사건으로 실제 납세자의 손을 들어준 '실인용률'은 14.6%에 불과했다.
공교롭게도 청구세액이 커질수록 실인용률도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청구세액이 5억~10억원인 경우 22.8%로 처음 20%를 넘기고, 10억~50억원은 30.5%, 100억~200억원은 58.3%에 달한다. 표본이 작긴 하나 2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사건'도 대개 30~40%대의 실인용률을 보여 1억원 미만의 소액사건보다는 월등히 높은 양상이었다.
이 역시 청구세액이 높아질 수록 대형 세무법인, 회계법인에서 대리인을 선임하면서 높은 인용률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조세심판원의 심판 사건당 평균처리일수는 196일로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60일 이내에 신속 처리된 사건은 전체 2.3%에 불과했고, 180일을 초과한 사건은 45.7%로 가장 많았다. 61일~90일은 31.9%, 91일~180일은 20.1%였다.
이는 코로나 정국이 계속된 영향이 적지 않았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인해 3주간 휴정했다. 이후로도 심판원 내 직원들의 자가격리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심판업무가 원활하지 못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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