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어린이집도 안돼" 이전 公기업, 지역민원에 '골머리'
이전 앞둔 공기업에 지역 이기주의성 민원 쏟아져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지역 민원 때문에 사내 어린이집도 못 짓고 있어 아이를 둔 직원들의 걱정이 큽니다. 직원들이 부지에서 조금 떨어진 대형마트를 이용했다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원성 전화도 끊이질 않습니다"
최근 만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관계자의 푸념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전하게 될 지역의 주민들이 ‘막무가내식’ 민원을 제기해 업무 추진에 애로사항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지역 이기주의성 민원 제기는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정상화와 혁신도시 이전에 따르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 따르면 올해 10개 혁신도시 등 이전하는 공기업은 75개로 이주인원만 2만3000여명이다. 내년은 41개 공기업 1만6000여명이 움직인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해 지역균형 개발의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장 거점 연계 지역산업 육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육성사업의 주요 골자는 정부 산하 공기업이 이전하는 지방 10대 혁신도시를 대상으로 지역별 맞춤형 산업 발전을 지원한 것. 산업부는 이를 위해 올해 관련 예산 60억원을 책정했다.
아직까지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은 시작단계다. 국토부의 승인에 따르면 현재 산업부 산하 공기업 중 이전을 마친 기관은 산업단지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이 유일하다. 이전 예정인 25개 공공기관 중 한국수력원자력, 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기술, 에너지관리공단, 한국광해관리공단 등을 제외한 나머지 공기업은 올해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상반기 이전을 앞두고 있는 공기업들의 경우 분주한 상황이다. 4월 이전 예정인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전 업무에 관련된 부서는 이미 현지에 내려가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늦어지지 않도록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전을 앞둔 공기업들이 '막무가내식 지역 민원'에 벌써부터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10대 혁신도시가 아닌 지역으로 이전하는 한 A공기업의 경우 사내 보육시설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갈등 중이다. 이 공기업은 당초 사옥 내 보육시설을 마련해 자녀가 있는 직원들의 보육 걱정을 덜어주려 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민원으로 이 계획은 무산됐다. 공기업이 내려오면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관계자들이 사내 보육시설 설치를 극렬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B공기업은 계약 때문에 상급부처를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다. 국가계약법상 3000만원 미만의 소규모이거나 특정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유일할 경우를 제외하면 수의계약은 할 수 없고 경쟁입찰만 가능하다.
이에 B공기업 역시 하청 사업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했으나 지역주민의 원성이 거셌다. '왜 사업을 경쟁입찰로 발주해 다른 지역의 기업이 수주할 가능성을 열어두느냐'는 논리다.
그래서 B공기업은 관련 상급부처인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지역민원을 설명하고 제한 지역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하라는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역 기업들은 '제한적 경쟁입찰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조건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라고 항의했다.
B공기업 관계자는 "지역 민원을 다 들어주다가는 법을 어길 처지"라며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도 아닌데 막무가내식 민원 때문에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의 지방이전을 관리하고 있는 산업부와 국토부 등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지역 민원에 대한 공기업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어 아직 나설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와 국토부 관계자 모두 "지역 민원에 대한 공기업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서 "필요하다면 행정적 지원을 검토할 수 있으나 아직 아무런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국토부 관계자들이 이러한 지역민원에 '공식적인 개입'을 꺼리는 이유는 행여나 지역 민원이 창구가 이들 부처로 직접적으로 전이되는 걸 막기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휘 책임을 가지고 있는 해당 부처들이 일부 지역민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책임있는 조치를 방조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yagoojo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