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해도 너무한 산업부 꼴불견 낙하산"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김현태(59)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지난해 12월 올해부터 임기 3년의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으로 내정됐다. 석유화학업계 이익을 대변하며 억대의 연봉과 판공비, 차량, 비서 등이 기본 세트로 딸려오는 자리다.

관행적으로 업계 CEO가 맡는 비상근 명예직인 회장과는 달리,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협회를 이끌어가는 수장이라고 할 수 있다.

행시 출신인 김 부회장은 산업자원부 기획예산담당관 등을 지내고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석탄공사 제36대 사장을 역임했다. 이 전에는 산업부의 또다른 산하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도 지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석탄공사 사장 재직시절 경영부실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경영부실로 공기업에서 사임한 지 불과 몇달 만에 김 부회장이 다시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협단체 수장 자리를 꿰차며 수평이동한 것을 두고 산업부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가뜩이나 박근혜 정부 들어 공기업 혁신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실 이런 사례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산업부 주위에서 수두룩하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김경수(56)씨는 산업부에서 산업정책과장, 반도체전기과장 등을 거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까지 역임했다. 산업부 산하 공단의 수장을 거쳐 다시 국회 국정감사 등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관련 협회 단체장으로 살짝 이동한 것이다.

결국 이런 전관예우 낙하산 관행이 큰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옛 동력자원부 출신 공무원인 권모씨는 지난 2006년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 자리를 옮겨 본부장 자리에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광해방지공사를 진행하며 관련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로 구속기소됐다. 권 본부장은 산업부 재직시절부터 이들 업체와 유무형의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런 결과가 반영된 것일까.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앙부처의 청렴도를 평가해 발표한 결과,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모두 225개 기관중 산업부는 보건복지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최하 등급인 '매우 미흡'에 포함돼 꼴찌를 했다. 올해 들어 방만경영 개선 등을 이유로 산하 공기업들에게 강력한 혁신책을 강요하던 산업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구겨졌음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산업부와 연관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부 고위공무원을 지낸 후 한번도 아니고 두번, 세번 자리를 옮겨가며 자리를 영위하는 건 타부처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며 "이래가지고 공기업 혁신의 영이 서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과장으로 퇴직해도 사실상 여기저기 산하 기관이나 단체로 옮겨가면 일반인들은 꿈꾸기 힘든 65세 정년을 채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협회로 자리를 옮기는 인사들도 정부의 검증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r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