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TR "한국 강제노동 규제 부재" 지적…301조 관세 빌미 되나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사 시작 후 전세계 '강제노동 규제' 첫 지적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광범위한 관세 부과 가능…리스크 커지나

미국무역대표부(USTR)이 3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 무역장벽 보고서(NTE) 표지 /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에 대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규제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관세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적은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무역법 301조 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통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USTR, 301조 '강제노동 조사' 중 NTE로 韓 포함 다수 국가 지적

6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USTR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한국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어 이러한 상품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해 경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보고서는 이러한 규제 부재가 노동비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 한국산 제품과 한국 내 특정 상품·서비스에 불공정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TE는 USTR이 1985년부터 매년 3월 발간하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미국 내 기업·협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하는 수출·해외투자 애로사항과 재외공관에서 수합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이번 강제노동 관련 서술은 지난해 보고서에는 없던 표현으로, 올해 처음 한국 항목에 별도로 추가됐다. 다만 한국만을 겨냥한 예외적 지적이라기보다, USTR이 NTE 작성 과정에서 주요 교역상대국에 공통 적용하는 표준 점검 항목으로 강제노동 이슈를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NTE의 캐나다 부분에는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가 있음에도 집행이 형식적으로 그쳐, 관련 상품이 여전히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평가가 담겼다.

통상업계에서는 다수 국가의 NTE 항목에 강제노동 관련 서술이 대거 포함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이후, 관세 조치를 복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병행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해 5월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5.15 ⓒ 뉴스1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규제 없는 한국…관세 빌미될까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미국 통상법 조항으로, 외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행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미국 상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뒤 관세 부과 등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301조 조사는 결과에 따라 조사 대상 품목 외에도 광범위한 관세 부과 등 통상 조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디지털 분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 타국의 관행·규제 시정을 압박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동원할 수도 있다.

즉, 이번 NTE에서 언급된 강제노동 관련 지적이 향후 관세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은 강제노동 관련 규제가 없다고 지적한 만큼 301조를 통한 관세 부과 리스크를 더 크게 질 수 있다.

USTR은 지난달 12일 강제노동에 대한 301조 조사를 개시하며 "이번 조사를 통해 외국 정부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위해 충분한 조처를 했는지, 그 결과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피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이 시행 중인 강제노동 관련 무역 규제 중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은 2022년 시행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이다. 이 법은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뿐 아니라 해당 지역 원자재·부품이 포함된 제3국 생산 제품까지 미국 내 반입을 막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약 855만 달러 규모의 한국발 수출품이 UFLPA 관련 심사·억류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는 선적 금액 기준 전 세계 10위, 이번 301조 조사 대상 60개국 가운데 9위 수준이다. 이 가운데 2025년 한 해에만 약 841만 달러가 조사 대상에 포함되며 대부분이 최근에 집중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NTE에서 지적된 사항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