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에너지 공기업 '비상'…환율 10원만 올라도 환차손 수백억
환율 10원 오르면 한전 연간 환차손 2천억, 가스공사 2백억
원가 부담 커져도 제도·정치 일정 때문에 요금 반영은 제약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기업은 원가 비용 절감을 위해 비축 물량·외환을 활용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소비자 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1일)까지 2025년 연평균 환율은 1419.16원으로,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약 1395원) 당시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약 1276.4원)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에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여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너지 공기업은 해외에서 달러로 에너지를 구매해 국내에서는 원화로 판매하기에 높은 환율 수준은 에너지 업계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국내 액화천연가스(LNG)의 최대 공급자인 한국가스공사는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에너지 업계 추산으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가스공사와 한전의 연간 환차손은 200억 원과 2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차손은 환율 변동으로 외화 자산·부채의 원화 가치가 하락해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가령 1달러가 1300원일 때 1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중 환율이 1200원으로 하락하면 100만 원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가스공사는 비축 물량으로 고환율 파고를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가스공사는 수요가 적은 계절에 도입한 LNG를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철 수요 피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관리한다. 이 때문에 당장은 비축 외환과 물량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존에 구매한 LNG 비축분을 활용하고 있고, 부채 상환 등에는 미리 구매해 둔 달러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기존 장기계약에 따른 도입 비용(달러)도 자연스레 커져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LNG는 난방·취사뿐 아니라 발전 연료로도 쓰이는 만큼, 고환율로 인한 가스 도입 비용 증가는 전기요금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발전원 비중을 보면 원자력이 가장 크고 LNG가 그다음을 차지하는데, 원전 연료와 LNG 모두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문제는 발전 원가가 높더라도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정책·제도상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원가는 '연료비조정요금'과 '적정원가'(기본·전력량요금) 방식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연료비조정요금은 분기마다 이전 3개월간의 유연탄·LNG 연료비 국제가 변동을 반영해 킬로와트시(kWh)당 -5원에서 +5원 사이에서 반영된다.
연료비 조정단 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현재 시점(2025년 4분기)까지 +5원으로 유지됐다. 그간 국제 연료비는 하락하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발생한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최대치를 유지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연료비 조정단 가는 최대치인 만큼 최근의 고환율 환경을 추가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적정원가 산정·조정은 원칙적으로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환율 상황을 반영하게 되어 있지만, 동시에 물가·경기 영향도 고려된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일곱 차례 단계적으로 80%가량 상승해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어서, 적정원가를 결정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산업용 전기 요금을 쉽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현재 정부가 환율에 따른 민생물가 안정을 정책 목표로 세웠고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가정용 전기요금을 올리기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직후 LNG 급등기에도 정부가 물가 관리를 이유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자제하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한 만큼, 고환율 상황이 굳어질 경우 에너지 공기업 재무 상황이 다시 악화할 위험이 큰 상황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한전의 부채 규모는 118조 6000억 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351억 원 규모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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