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출액 경신…美 반도체 관세 임박에 불확실성은 여전
미국 외 주요 시장 수출 모두 증가…식품·화장품 등 신흥 품목 부상
대미 자동차·철강 수출 감소, 반도체로 상쇄…美 반도체 관세 예고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 관세조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주요 품목의 수출 호조에 9월 수출액이 역대 월별 수출액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시장에서 성장했고, 관세 조치 영향이 있는 미국도 수출액이 1.4%로 소폭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다만 미국에서 호조를 보인 반도체와 무선통신 분야는 관세 예외 품목이어서 향후 관세 추가 부과 시 감소 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659억 5000만 달러(8.3%↑)로, 3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 수출액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8.2% 줄어든 564억 달러로, 수출이 수입을 상회하면서 무역수지는 95억 6000만 달러로 7년 만에 최대 흑자 기록을 세웠다.
이번 최대 실적은 늦은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지난해 20일에서 올해 24일로 늘어난 영향과 전반적인 수출 호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일평균 수출액은 27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9월의 29억 3000만 달러 대비 6.1% 감소했다.
9월에는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선박을 중심으로 10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166억 1000만 달러(22.0%↑)로 역대 1위 수출 실적을 올렸다. 지난 8월에는 151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1위 수출 기록을 세웠는데 불과 1개월 만에 재경신한 것이다.
반도체 부문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DDR4·5) 제품의 초과 수요가 지속되면서 높은 국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DDR4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270.6% 오른 상태다.
D램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낸드(NAND)는 고용량 SSD 수요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가격 상승세에 따라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도 일부 작용했다.
전체 반도체 수출액 중 메모리는 70.9%, 시스템 반도체는 25.6%를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은 64억 달러(17%↑)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번 실적은 역대 9월 중 최고치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관세 부과와 현지 생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9월 1~25일 기준 수출액은 19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대신 유럽연합(EU)과 중동·독립국가연합(CIS) 수출 호조로 미국 수출 감소가 상쇄됐다. EU 수출액은 7억 달러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으며, CIS에서는 6억 1000만 달러로 77.5% 늘었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 차는 48.2%, 순수전기차는 20%, 내연차는 3.6% 등 모든 분야에서 늘었다.
선박 수출은 대형컨테이너선박, 액화천연가스(LNG)선박 등을 중심으로 인도 물량이 지속되며 28억 9000만 달러(21.9%↑)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 분야도 바이오시밀러 및 위탁생산(CMO) 수요 증가세와 수출국가 다변화 노력 등에 힘입어 역대 9월 중 최고실적인 16억 8000만 달러(35.8%↑)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주력 수출 품목 중 △디스플레이(0.9%↑) △자동차부품(6%↑) △일반기계(10.3%↑) △석유제품(3.7%↑) △가전(12.3%↑) △섬유(7.1%↑) 등 다수 품목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수출 감소 품목은 △무선통신기기(6.9%↓) △컴퓨터(13.2%↓) △석유화학(2.8%↓) △철강(4.2%↓) △이차전지(8.8%↓) 등이다.
15대 주요 품목 외에도 농수산품(11억 7000만 달러), 화장품(11억 7000만 달러), 전기기기(14억 6000만 달러) 등이 9월 중 최대치를 경신했다.
9월 대미 수출은 102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8월 감속 폭 12%에 비해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든 결과다.
관세 조치의 영향권에 있는 자동차·일반기계는 각각 19억 1000만 달러, 8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2.3%, 2.1% 줄었다.
이런 수출 감소는 관세 효과를 받지 않는 반도체(10억 8000만 달러, 20.8%↑), 무선통신기기(2억 3000만 달러, 281.7%↑)의 수출 호조로 상쇄됐다.
중국 수출은 116억 8000만 달러로 0.5% 늘었다. 반도체 수출은 호조세를 보였으나, 석유화학(1.2%↓), 무선통신기기(41.4%↓)에서는 부진이 관측됐다.
아세안 시장의 경우 110억 6000만 달러로 17.8% 늘며 역대 9월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는 36.1%, 일반 기계는 14.8% 성장했다.
유럽에서도 71억 6000만 달러로 19.3% 성장해 역대 최대 실적이 나왔다.
이외에도 일본(3.2%↑), 중남미(34%↑), 인도(17.5%↑), 인도(17.5%↑), CIS(54.3%↑) 등 시장에서 전반적인 성장세가 관측됐다.
6월 이후 대미수출은 관세율 25%의 자동차, 50%의 철강의 수출 감소분을 반도체, 바이오시밀러, 무선통신기기 등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지 않는 품목의 수출 호조로 상쇄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관세가 임박한 상황이라 '상쇄효과'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생산 물량과 해외 공장에서 수입한 물량을 1 대 1로 맞추도록의무화하고 불충족시 관세를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전자제품에 들어 있는 반도체 칩의 추정 가치에 일정 비율을 곱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미국 정부와 무역 협상을 타결하며 "반도체나 의약품 품목 관세는 우리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문서화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가동에는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어서 미국 내 생산 물량과 해외 생산 물량을 1대 1로 맞추라는 조건이 현실화되면 관세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 관세 협상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미 관세 조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9월 발표한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방안'을 신속하고 차질없이 이행하는 등 기업들을 수출활동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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