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신설에 에너지 공기업 개편 논란…노조·지역 반발 변수

발전 5사 축소·신재생공사 신설안 거론…24년만의 대개편 예고
"공공성 약화 우려" vs "효율성 제고 필요성" 충돌 불가피

정부세종청사 전경 자료사진 2023.5.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통장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이 이관되면서 전력·발전 분야의 재편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전력이 발전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2001년 이후 24년 만에 또 한 번 대대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는 것은 한전 자회사인 5개 화력발전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다. 이들 발전사는 설립 목적이 유사하고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효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발전 5사를 2~3개로 통합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전담하는 '신재생발전공사'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10월 출범 목표…에너지·발전 공기업, 구조조정 대상 1순위

12일 국회와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목표로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부처 간 기능 조정 수준을 넘어, 전력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발전 공기업 재편은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공공기관 개혁 작업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발전 공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의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산업부 산하 에너지·발전 관련 기관만 20여 곳에 달하는데, 상당수가 설립 목적이 유사하고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5개 발전 공기업 등이 1차 정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구조조정 추진에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관련 노조는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단순한 조직 존폐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력은 국민 생활과 산업의 근간인 만큼, 발전공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하는 방식은 에너지 안보와 공익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은 최근 성명을 통해 "갑작스러운 발표로 특정 공공기관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하는 방식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발전공기업을 화석연료 시대의 유물로 치부하기보다, 전력의 공공성을 전제로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전력산업 개편은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공론의 장을 거쳐 국민적 합의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도 변수다. 발전 공기업 본사가 위치한 지역은 해당 기관의 세수와 고용 의존도가 크다. 통폐합으로 본사가 사라지거나 규모가 줄어들 경우 지방 재정과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관가에서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실제 구조조정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구체적 방향, 정해진 바 없어…종합 검토해 결정 예정"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필요성 자체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전력산업은 2001년 발전 부문 분리 이후 20년 넘게 같은 구조를 유지해왔으나,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과제,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기존 화력 중심 구조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신재생 발전을 전담하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공기관 및 발전 공기업의 구조조정 관련하여 구체적인 방향이나 내용이 정해진 바 없다"면서 "전력산업 경쟁력, 에너지 전환, 고용안정, 탄소중립 달성 가능성, 지역경제 영향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 통폐합이 현실화되면 인력 재배치, 지역경제 보완책, 신규 조직 신설 등 후속 과제가 산적하다"며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해 업무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 재편과 동시에 공공기관 구조조정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전력산업은 20년 넘게 이어온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겠지만,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 인사·조직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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