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美 관세협상, 시한 연장에 최선…실익 극대화 집중"

정부 "미 측 요구 수용 가능성 검토 중…창의적 대안 낼 것"
"협상 끝까지 가봐야…관세 유예·제조업 협력 동시 병행"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더그 버검(Doug Burgum)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부 장관과 면담을하고 있다. (산업부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8/뉴스1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7월 8일)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0% 관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율관세의 뉴노멀' 시대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챙길 수 있는 실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일단 통상당국은 협상 시한 연장을 현실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7월 8일 관세 유예 종료 전 협상안을 도출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판단에서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 상황이 굉장히 유동적이라 지금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달 8일까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30일 정부세종종합청사에서 지난 방미 기간 진행한 한미 각료급 협의와 3차 실무 기술협의 성과 관련 백브리핑을 갖고 "아무리 협상을 잘해도 관세 전 상태로 현상 유지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이다. 고관세라는 뉴노멀에서 확대 균형으로 우리 협상을 끌고 갈지에 주안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요구 중 수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검토는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수용하면서도 창의적으로 대안을 대면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방미 협상에서 제기된 미 측의 요구를 묻는 질문에는 "그동안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보면 불공정 무역 장벽이라고 하는 사항들이 대부분 언급됐다"면서 "세부적으로 설명할 것을 설명하고, (양측이) 같이 고민할 것은 함께 고민하고 왔다"고 전했다.

NTE 보고서는 미국 상무부와 농무부, 기타 정부 기관, 대사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요 비관세 장벽을 국가별로 정리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대통령, 상·하원에 제출돼 통상 정책에 활용된다.

보고서에는 매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규제 완화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의 요구가 담겼다.

이번 3차 기술협의에서도 미국은 한국이 미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나, 주요국 대비 엄격한 농축산물 검역 규제,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완화·철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미국의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양국의 '제조업 협력'을 강조했고, 미국 측도 크게 호응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의 궁극적 목적이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있고, 그 부흥에 한국이 유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산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이) 독특한 딜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용주의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주력한 것이 우리의 주안점"이라며 "무역수지와 적자가 좋고 나쁜 것인지 등 이론적 논쟁은 도움이 되지 않고, 무역불균형 감소를 달성하면서 상호이익 방안을 찾을지 주안점을 뒀다"고 전했다.

한국이 관철시켜야 할 '품목관세 예외' 등의 논의 진전 여부에 대해선 "기존에서는 품목 관세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이번엔 거론됐다. 여전히 협상 여지는 제한적이다"라며 "이 협상은 상호관세 부분의 15%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지고 (협상) 하는 거고, 기본 관세 10%라는 부분도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라고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협상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예고한 90일의 상호관세 유예조치는 내달 8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당장 7월 9일부터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15%의 상호관세까지 추가로 적용돼,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에는 기적용 중인 10%의 기본관세를 포함해 총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정부는 올해 4월 2+2 고위급 회담에서 '7월(줄라이) 패키지', 즉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 전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로 미 측과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기 대선 등 국내 정치상황으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존 7월 패키지 처리 목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에야 협상이 본격화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협상을 이어가되, 미 측의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목표다. 하지만 공을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상대국들에 '속도'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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