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왁뿌볼' 유해 물질 검출됐는데…기후부 직구 조사선 위반 '0건'

709개 조사하고도 적발 없어…소비자원·국표원 조사선 기준치 초과 잇따라
관리 물질 4종에 그치고 '전이량' 기준…유해 제품 구조적으로 못 걸러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에 진열된 말랑이, 왁뿌볼 제품. ⓒ 뉴스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김우진 심서현 기자 = 왁뿌볼·말랑이 등 어린이용품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해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고 있지만, 정작 환경유해인자 관리를 맡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해외직구 조사에서는 최근 2년간 단 한 건의 위반 사례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부가 관리하는 유해 물질이 4종에 그치는 데다 조사 기준마저 다른 기관보다 느슨해, 유해 제품이 구조적으로 걸러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부로부터 제출받은 서면 답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기후부가 해외직구 제품을 대상으로 어린이용품에 사용이 제한된 환경유해인자 4종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2년 동안 위반 제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기후부는 2024년 209개, 2025년 500개의 해외직구 제품을 조사·분석했다.

최근 해외직구 어린이용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넘는 유해 물질이 확인된 것과는 판이한 결과다.

실제 기후부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다른 기관의 조사와도 차이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왁뿌볼' 8개와 '말랑이' 7개 등 촉감 완구 15개를 조사한 결과, 왁뿌볼 8개 전 제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방부제인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CMIT)이 검출됐다. MIT와 CMIT는 알레르기성 피부반응과 안구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말랑이 1개 제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함유량이 0.66%로 허용 기준(0.1% 이하)을 6.6배 초과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간과 신장 등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적용 법령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후부 답변에 따르면 서울시와 한국소비자원 등은 산업통상부 소관인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기준을 적용한다. 이 법은 모든 어린이 제품에 대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7종의 합계 함량을 0.1% 이하로 관리한다.

반면 기후부는 '환경보건법' 제24조에 따라 지정된 사용 제한 환경유해인자 4종만 조사한다. 프탈레이트도 어린이용 플라스틱 제품 속 다이-n-옥틸프탈레이트(DNOP)와 다이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 2종에 대해 입이나 피부를 통해 몸으로 옮겨가는 양, 즉 '전이량'만 관리한다.

제품에 들어 있는 물질의 양 자체를 따지는 '함량' 기준과 달리 '전이량' 기준은 실제로 녹아 나오는 양만 측정한다. 관리 대상 프탈레이트도 7종이 아닌 2종에 그친다. 다른 기관 조사에서 기준치를 넘긴 제품이라도 기후부 기준으로는 위반으로 잡히지 않을 수 있는 구조다.

기후부는 위반 제품의 재유통을 막기 위해 시장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제정 이후 관련 사업 상당 부분이 산업부로 넘어간 상황에서 시장감시단 등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묻는 의원실 질의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부 조사에서도 유해 물질 검출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촉감 완구 76개 조사에서는 9개 제품에서 방부제와 프탈레이트, 붕소 등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붕소는 과다 노출 시 소화기·대사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woojink3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