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 4년새 67→155건…안전지원 예산은 36% 줄었다

올해 화학사고는 누적 70건…최근 5년 인명피해는 400명
기후부 "차후 사고위험도 우선 고려…사업비 최대 80% 지원"

경기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소재 화학 공장에서 불상의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현장 통제 후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화학물질 누출·유출 사고가 2022년 67건에서 지난해 155건으로 2배 넘게 늘어난 반면, 사업장의 화학사고 예방시설 개선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은 같은 기간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시설개선 신청액이 관련 예산의 2배를 넘어서자 기후에너지환경부도 현장 수요 대비 예산 부족을 인정하고 내년 예산과 지원한도를 다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7일까지 발생한 화학사고는 모두 53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화학사고는 2022년 67건에서 2023년 116건, 2024년 128건, 지난해 155건으로 매년 늘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사고가 131.3% 증가해 2.3배 수준이 됐다. 올해도 7월7일까지 잠정 집계된 사고가 70건에 달했다.

인명피해도 2022년 70명에서 2023년 68명, 2024년 80명, 지난해 15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2명이 숨지고 139명이 다쳤다. 올해 7월 초까지도 사망 3명, 부상 28명 등 31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 이후 누적 인명피해는 사망 26명과 부상 374명 등 400명이다.

반면 2022년 시작된 '화학안전 사업장 조성지원사업' 예산은 줄었다. 전체 사업 예산은 2022년 79억 8000만 원에서 올해 51억 200만 원으로 28억 7800만 원 감소했다. 4년 사이 36.1%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예산 63억 7700만 원과 비교해도 20.0% 감소했다.

지원받은 사업장도 2022년 327곳에서 2023년 337곳, 2024년 320곳을 기록한 뒤 지난해 195곳으로 줄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142곳에 대한 지원이 진행 중이다.

현장 수요는 예산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노후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개선지원 예산은 올해 45억 9300만 원인데 신청액은 96억 3400만 원으로 신청률이 209.8%에 달했다. 신청액이 가용 예산의 2.1배에 달한 것이다.

이 사업은 2022년에도 예산 72억 9000만 원에 85억 5200만 원이 신청돼 신청률이 117.3%였다. 이후 2023년 137.8%, 2024년 182.8%, 지난해 129.7%로 매년 신청액이 예산을 넘어섰다. 최근 5년 평균 신청률은 152.1%였다.

올해 전체 화학안전 사업장 조성지원에는 316곳이 신청했지만 142곳이 선정됐고 174곳은 제외됐다. 다만 선정 제외에는 예산 부족뿐 아니라 비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견적서 등 서류 미비, 협약 전 공사 착공, 신규시설 설치 등도 포함돼 있어 제외 사업장 전체를 예산 부족에 따른 탈락으로 볼 수는 없다.

지원금 자체가 실제 시설 교체비에 비해 부족하다는 문제도 확인됐다. 현재 사업장 한 곳당 최대 지원금은 4200만 원이다. 지난해 한 사업장이 1억 6000만 원을 들여 반응기를 교체한 사례에서는 최대 지원금을 받아도 1억 1800만 원을 자체 부담해야 했다. 자부담률은 73.8%였다.

다른 반응기 교체 사례도 총사업비 1억원 가운데 5800만 원, 1억 3500만 원 가운데 9300만 원을 사업장이 부담해 자부담률이 각각 58.0%, 68.9%였다. 저장탱크 교체 사례도 1억 2100만 원 가운데 7900만 원을 자체 부담해 자부담률이 65.3%였다. 기후부 역시 현행 지원한도를 두고 핵심 취급시설 교체 시 사업장이 6000만~1억원 이상을 부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금조달 어려움 때문에 사업을 중도 포기한 곳은 2022년 4곳에서 2023년 7곳, 2024년 18곳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6곳, 올해 7월까지는 5곳이었다. 전체 중도포기 사업장은 2022년 22곳, 2023년 34곳, 2024년 33곳, 지난해 16곳, 올해 7월까지 12곳으로 집계됐다.

기후부도 지원체계를 손질하기로 했다. 올해 선정 사업장 가운데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상 위험도가 높은 '가·나' 등급 사업장 157곳과 20년 이상 노후시설 22곳 등 179곳을 고위험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앞으로 영세성보다 사고 위험도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선정 기준을 바꿀 계획이다.

노후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개선지원 예산은 올해 45억 9300만 원에서 내년 71억 4400만 원으로 55.5%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업장당 최대 지원금도 42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높이고 기업 규모와 위험도에 따라 사업비의 60~80%를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화학사고 증가와 지원예산 감소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사고와 인명피해가 늘어난 기간에 예방시설 지원 예산과 지원 사업장 수가 줄었고, 실제 신청 수요가 예산을 크게 웃돌며 정부 차원도 지원 확대 필요성을 인정했다. 향후 예산 편성과 사업 실효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올해까지 화학사고는 4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는데 예방 예산은 36% 잘려 나갔다"며 "매년 예산은 줄어들었고, 그만큼 현장의 안전망도 얇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부는 예산을 늘리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선정과 집행 관리를 개선하여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