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불복한 최저임금…4년 만의 이의제기, 공은 노동부로

노동계는 도급제 미적용, 소상공인은 생존권 위협 문제 제기
재심의 가능성 '회의적'…결정 시한 촉박, 제도 개선 논의부터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도 최저임금이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하며 근로자위원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2022년 이후 4년 만에 동시에 이의를 제기했다.

노동계는 배달·대리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공은 고용노동부로 넘어간 가운데 법적으로는 노동부 장관 검토를 거쳐 최저임금 재산정이 가능하지만, 과거 이의제기가 재논의로 이어진 전례가 없는 데다 쟁점들이 별도 제도개선 논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어서 실제 재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계 "도급제 미적용 논의 부족"…소상공인 "현실 반영하지 않은 논의"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전날(27일) 마감된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 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두 곳에서 이의가 접수됐다.

민주노총은 양경수 위원장 이의제기서에서 "최저임금 심의 주요 쟁점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도급제 노동자이면서 최저임금은 시간급으로 산정할 수 없는 직종을 특정할 수 있는가였다"며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으나 최저임금을 시간급으로 산정하지 못하는 도급제 노동자의 사례가 충분히 존재하며,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할 책임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있음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의 '도급제 근로자 별도 적용' 여부는 2026년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서에 명시되었으므로 이번 심의는 지난 심의와는 다르게 여러 근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시장 충격을 이유로 안건이 부결돼 이의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서 노동계는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돌봄 가사 노동자, 가전제품 설치 기사 등 6개의 직종에 대해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반대로 소상공인들은 이번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업종별 지불 능력 차이를 도외시한 단일적용 △초단시간 근로 급증 등 고용의 질 저하 및 업종 간 미만율 양극화 등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이의제기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월평균 영업이익이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 223만 6300원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호와 소상공인 발 고용 위기를 막기 위해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경우에는 이번 심의 기간 논의·표결됐으나 26명 참석 상황에서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소상공인연합회 대표단이 27일 고용노동부 청사에서 근로기준정책과 담당자에게 이의제기서를 제출하고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7 /뉴스1
재심의는 어려울 듯…노동부, 이의제기 사안 제도 개선 착수

노동부는 접수된 이의제기를 검토해 재심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현행법상 최저임금위원회(최임의)가 도출한 최저임금에 대한 재심의 요청 권한은 노동부 장관에게 있다.

이번에 최저임금 재심의가 이뤄지면 제도 도입 38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김영훈 장관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최임위에 재심의 요청을 해야 한다. 다만 재심의 과정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동일한 최저임금이 재의결 될 경우에 장관은 이를 따라야 한다.

다만 이번 이의제기가 재심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노동·경영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최저임금 법정 결정 시한이 8월 5일까지로 촉박한 데다, 이의제기의 주요 내용에 대한 제도 검토 작업도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이의제기가 이뤄진 도급제 적용 여부, 최저임금 적용 범위에 변경 논의가 부결로 결론 난 후 정부에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공익위원들은 권고안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이 급변하는 시대에 최저임금 심의에 있어 매년 유사한 논의가 반복·공전하는 상황을 개선하고 논의 진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용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하고 적용 대상, 결정 기준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연구를 통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차기 심의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현재 노동부는 '새로운 고용 형태에 대한 최저보수 도입 방안'과 '최저임금 결정 기준 합리화 및 운영 방식 개선에 관한 연구' 등 2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 기준 합리화 및 운영 방식 개선에 관한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위원회 구성·운영의 합리성 제고 방안 △상시적 조사·연구, 제도개선 논의 기능 수행 체계 검토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분석 △현행 최저임금 적용 및 결정 기준의 활용 방식과 한계 분석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8월 중 연구 착수와 함께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논의체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