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 막을 '긴급조정권' 시나리오…막판 '물밑 대화'가 변수
중노위 2차 사후조정 끝내 '불성립'…노조, 21일 총파업 강행 배수의 진
발동시 '30일 쟁의 중단·강제 중재'…정부 "언급 성급", 막판 교섭 주시
- 김승준 기자, 나혜윤 기자, 황진중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나혜윤 황진중 기자 =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 사후조정에서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예정대로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낼지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긴급조정권은 노동부 장관이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를 중단시키고 강제 조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는 제도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 차질이 국가 경제와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정부와 재계에서는 발동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노동부는 아직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부는 사후조정 불성립 직후 "파업 전까지 대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긴급조정권 언급은 성급하다"고 밝혔으며, 노사 자율 교섭 지원에 집중하면서 막판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일 삼성전자 노사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차 사후 조정이 불성립됐다고 밝혔다.
이날 중노위에 따르면 노사 양측에 중노위 조정안이 제시됐으나, 노조 측은 이를 수락한 반면 사측은 수락 여부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히며 조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후 조정 불성립 직후 "예정대로 내일(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하며 파업 기간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후 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이후에도 평행선을 유지하며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막을 수 있는 카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는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부는 파업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긴급조정권 언급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홍경의 대변인은 이날 사후조정 불성립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아직 파업 전의 대화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긴급조정권 관련한 이야기는) 성급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검토는 이뤄진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별도로 답하지 않았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직권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경제계에서는 파업 시 긴급조정권을 즉각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6단체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경제 및 산업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권한을 가진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예정된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노동부 청사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 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정부가 노조의 쟁의행위를 중단시키고 노사 분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해당 권한은 노동부 장관의 고유 권한으로, 쟁의행위가 공익사업과 관련돼 있거나 규모가 커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 일상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되기 위해서는 △노동부 장관의 중노위원장 의견 청취 △공표 △당사자 통보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이날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사후 조정 불성립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과 관련해 김영훈 장관과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선을 긋는 입장을 보였다. 최종 판단은 장관에게 있는 만큼 중노위가 직접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즉시 파업 등 쟁의행위는 중단해야 하며, 이후 30일이 지나야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단순히 파업만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파업·태업·피케팅·불매운동·집단휴가 신청 등 쟁의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 전반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후 중노위는 다시 노사 양측을 불러 조정 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은 통상적인 노동쟁의 조정 절차와 동일하게 노사의 의견을 토대로 진행된다. 다만 조정 개시 후 15일 이내에 중노위원장이 조정 성립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중재 회부를 결정하거나, 노사 가운데 한쪽이라도 중재를 요구할 경우 중재 절차가 시작된다.
중재는 조정과 달리 일종의 심판 성격을 갖는다. 중노위가 양측 의견을 토대로 내린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강제력을 지닌다. 원칙적으로 중재재정 내용을 바꾸려면 노사 합의로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협약 효력 종료 이후 다시 쟁의 절차를 거쳐 재협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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