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공짜노동' 관행 손본다…노동부, 첫 지도지침 마련

고정OT도 실제 근로시간 적용…법정수당 미지급은 임금체불로 판단
첫 지도지침, 강제성 없지만 감독 연계로 현장 변화 압력

고용노동부 전경 2025.11.28 ⓒ 뉴스1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포괄임금을 이유로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공짜노동'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정부가 처음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수당 지급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임금체불로 판단해 감독·제재까지 연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9일 이같은 내용의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노사정이 지난해 말 포괄임금 오남용 개선에 합의한 이후 마련된 후속 조치로, 현행 근로기준법과 판례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지켜야 할 임금 산정·지급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임금 지급의 기본 원칙을 명확히 했다. 사용자는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해 기재해야 하며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현장에서 관행처럼 활용돼 온 정액급제와 제 수당을 포괄한 정액수당제에 대해서는 제한 기준을 제시했다. 기본급과 수당을 구분하지 않거나 법정수당을 포괄해 지급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으며 이른바 '고정OT 약정'을 체결했더라도 실제 근로시간 기준 수당보다 적을 경우 차액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개별 사건 처리 기준도 강화됐다. 정액급제·정액수당제 약정이 있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수당에 미달할 경우 임금체불로 간주해 엄정 처리하도록 했다. 또 근로시간 산정이 불명확한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특정하고 기본급을 재산정하도록 시정조치 기준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업주가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도 감독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다.

사업장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나 재량근로시간제 등 현행 제도를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포괄임금제 개선을 원하는 사업장에는 컨설팅과 민간 HR 플랫폼 지원을 연계한다.

정부는 감독도 병행할 방침이다. 익명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업장은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으로 관리해 수시 감독이나 하반기 기획감독 대상에 포함한다. 현재 진행 중인 기획감독과 함께 임금대장·임금명세서 작성 여부를 중심으로 한 기초노동질서 점검도 확대한다.

노동부가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한 첫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임금 산정 방식에 일정한 기준선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실제 근로시간 대비 수당 미지급을 임금체불로 명확히 판단하고 감독과 연계하겠다는 점에서 현장의 임금 지급 관행에도 변화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지침은 행정지도 성격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향후 입법 여부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불공정한 관행이 현장에 여전히 남아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현행법에 따라서도 임금대장상 근로시간수 및 기본급과 법정수당 등의 구분 기재를 토대로 노동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사용자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도 지침 마련을 계기로 노사는 입법 전이라도 공짜 노동이라는 불공정한 노동 관행을 시정해 나가달라"면서 "정부 또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한 건설업계 등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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