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용자성 인정…노란봉투법 160여 건 조정 신청 '줄이어' 대기

사용자성 관련 질의 65건·시정신청 104건…후속 판단 줄줄이
대기업 교섭 구조 변수…오는 8일 포스코 하청 판단 결과도 주목

중앙노동위원회. 2025.11.28 ⓒ 뉴스1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노동위원회에서 인정되면서, 관련 후속 사건 처리 국면이 본격화됐다. 현재 노동위원회에는 사용자성 판단 관련 질의와 시정신청 등 160여 건이 대기 중으로, 이번 첫 판정을 기준으로 개별 사건 판단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판단은 원청의 '실질적 영향력'을 근거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전관리와 인력배치까지 근로조건에 포함된 만큼, 향후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대상 확대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공공연대노동조합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관련 시정신청' 사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사측에 공고를 명령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24일 만에 나온 첫 판단이다.

이번 판정의 핵심은 계약상 고용관계 여부가 아닌, 원청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는 조사와 심문을 통해 공공기관이 하청노동자의 안전관리와 인력배치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다.

이번 판단은 근로조건의 범위를 보다 넓게 해석한 사례로 평가된다. 그동안 근로조건은 임금과 근로시간 중심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안전관리와 인력운영까지 포함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노동계는 이를 원청교섭 확대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영역에서 교섭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판단이 모든 영역으로 곧바로 확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노무사는 "원청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협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던 구조를 반영한 판단"이라며 "정리해고 등 일부 영역은 원청의 지배를 입증하기 어려워 교섭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쟁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용자성 판단 질의 65건·판단 요구 시정신청 104건…갈등 확대 가능성

이처럼 첫 판단으로 관심은 자연스럽게 후속 사건으로 쏠리고 있다. 현재 노동위원회에는 지난달 30일 기준, 사용자성 판단 관련 질의 65건이 접수돼 있고, 교섭요구 공고 관련 시정신청도 104건에 이른다. 단순 질의와 실제 분쟁 사건을 합하면 160여건이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쟁점이 초기부터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부 질의는 시정신청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향후 분쟁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판정의 파장은 공공부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정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제조·건설·물류 등 원·하청 구조가 일반화된 민간 산업에서도 유사한 쟁점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청이 작업 방식이나 인력 운영, 안전 기준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은 산업일수록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주요 분쟁 포인트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복수 노조와의 교섭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협상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 대상이 확대되면 협상 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 분쟁 확대 가능성…8일 포스코 하청 '복수노조 개별교섭' 판단도 주목

법적 분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원청이 사용자성 판단에 불복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위원회의 교섭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향후 노사 간 법정 공방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사용자성 인정 이후에는 교섭 대상뿐 아니라 교섭 방식까지 쟁점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에 오는 8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예정된 포스코 교섭단위 분리 사건 판단도 주목된다. 해당 사건은 대기업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구조를 가르는 첫 사례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 판단과 맞물려 실제 교섭 방식이 어떻게 정리될지를 보여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북지노위는 1차 심문회의에서 "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며 판단을 미루고 추가 심문을 결정한 바 있다. 포스코가 이미 교섭요구 공고를 한 상황에서 복수 노조가 각각 교섭할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며, 판단 결과에 따라 향후 대기업 원청을 포함한 산업 전반의 교섭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13개 지방노동위원회의 심판회의 일정을 확인한 결과, 원·하청 교섭 관련 사건은 총 23건이 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일정에 따라 사건 수는 추가되거나 일부 취하될 가능성도 있다.

전날(6일)에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을 상대로 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관련 시정신청 사건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기도 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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