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하청노조 손 들어줬다…공공기관 '노란봉투법' 첫 인정(종합)

원청 교섭 책임 확산 신호탄 될까…공공서 민간 확산 조짐
시정신청 3주간 5→104건 급증…교섭 구조 갈등 본격화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교섭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인 판단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노동위원회가 안전관리와 인력 배치 등 폭넓은 영역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면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유사한 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위, 하청노조 교섭 요구 인정…원청 사용자성 판단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공공연대노동조합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개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관련 시정신청' 사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공고를 명령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24일 만에 나온 첫 판단으로,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사용자로서 교섭 책임을 질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례다.

이번 판단은 개별 사건을 넘어 향후 유사 분쟁에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첫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계약 구조와 지휘·감독 체계가 비교적 명확한 공공기관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다른 공공기관으로도 유사한 교섭 요구와 시정신청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용역계약서와 과업내용서 등을 근거로 안전관리와 인력 배치 등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점도 주목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성 판단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해석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공공부문 전반으로 확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번 결정에 대해 "원청인 공공기관이 공공연대노동조합과 교섭, 즉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해당 기관들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며, 공고 기간 동안 다른 노조나 노동자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 교섭 요구 노조가 확정된다.

노동위가 사용자로 인정했음에도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첫 사례, 기준점 될까…산업 전반 확산 가능성

이번 사용자성 인정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이어진 갈등 흐름 속에서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판단이 건설·제조업 등 민간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사용자 범위와 교섭 절차를 둘러싼 해석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정신청 증가와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개별 사업장을 넘어 산업 단위로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동계는 폭넓은 사용자성 인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원청 사용자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고 성실히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은 개별 사건을 넘어 현장 교섭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교섭 절차를 둘러싼 분쟁이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이다.

시행 3주차, 시정신청 '5→44→104건' 급증…공공→건설로 갈등 확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갈등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행 3주 만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사건은 260건을 넘어섰다.

특히 교섭요구 공고 관련 시정신청은 1주차 5건에서 2주차 44건, 3주차 104건으로 급증했다.

초기에는 공공부문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를 상대로 한 집단 신청으로 확대되며 민간 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절차 분쟁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향후 노사 갈등은 보다 구조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용자성 판단과 별도로 교섭 구조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하청지회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한 판정이 예정돼 있다.

앞서 포스코는 노란봉투법 시행 당일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 공고를 게시했으며, 이에 민주노총은 별도 교섭단위를 구성해 원청과 각각 교섭하겠다며 분리 신청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사용자성 인정 이후 실제 교섭이 어떤 구조로 진행될지를 가르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복수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원청과의 교섭 방식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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