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편의점 꽃판매 배경에 화원협회·대기업 '상생협약' 있었다

[코로나와 동네꽃집下] '상생협약'으로 골목상권서 대기업 꽃 판매 가능
농식품부, 편의점 연계 꽃 판매책…소상공인 담당 중기부와 협업 미비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가 꽃 소비 촉진 정책을 전개하면서 대표적인 소상공인 업종으로 꼽히는 동네 꽃집을 건너 뛰고 대기업 편의점을 소비처로 삼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동네 꽃집 상인들을 대표하는 한국화원협회가 지난 1월 유통 대기업들과 자발적으로 맺은 '상생 협약'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협약을 토대로 유통 대기업의 꽃 판매를 법적으로 막을 장치가 사라지면서 농식품부의 편의점 꽃 판매 정책이 가능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농식품부는 일단 동네 꽃집을 배려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문제는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에서 언제든 꽃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앞으로 동네 꽃집 상권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선거에 몰두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편의점. 2020.2.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화원협회·대기업 '상생협약'…편의점·대형마트 꽃 판매 길 열려

화훼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화원협회와 편의점·대형유통 업체는 지난 1월 비공개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편의점 5개사와 대형 유통업체 4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훼업계와 대기업 간 상생을 자발적으로 도모한다는 취지이지만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참여 업체명은 당사자 간 '비밀 준수 의무'에 따라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계약 당사자인 박운우 한국화원협회 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업체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상생협약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계약에 관여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꽃을 아예 팔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은 계약서에 담기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 협약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동네 꽃집 입장에선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통해 골목 상권을 보호받을 길이 막히게 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이란 영세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업종에 한해 대기업의 진출과 확장을 법적으로 금지한 제도다.

앞서 한국화원협회도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에 '화초 및 식물 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1월 대기업과 상생 협약을 체결한 뒤 같은달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당초 '화초 및 식물 소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계속 추진됐더라면 편의점에서의 꽃 판매가 완전히 차단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상생 협약을 계기로 동네 꽃집이 법적 보호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2017.9.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협약 토대로 정책 밀어붙인 농식품부소상공인 배려는 부족

이는 농식품부가 GS25 편의점을 통한 꽃 판매 정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농식품부는 정책 추진에 앞서 소상공인 주무 부처인 중기부와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고 해명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기부로부터 상생 협약에 따라 편의점 꽃 판매가 완전히 제한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고, 정책의 기본적인 취지도 꽃 소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보니 편의점과 연계한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영세 소상공인 보호 필요성에 대한 두 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점은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농식품부로선 꽃소비 촉진의 초점이 화훼농가에 맞춰져 있어서 판매처가 소상공인이든 편의점이든 1순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의 이번 정책을 두고 소매 꽃집들 사이에서 "화훼 농민들은 살리고 동네 꽃집은 죽어도 상관 없다는 것이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중기부 역시 농식품부의 꽃소비 촉진 정책으로 빚어지는 부작용을 예고했어야 하지만 두 부처간 매끄럽지 않은 의견 조율이 편의점 꽃 판매책을 계기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조성한 중앙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부처 간 서열을 매기고 경쟁을 시키는 행정문화 속에서 각 부처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보니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편의점 꽃 판매 막으려면 법 고쳐야…"총선 이전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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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로선 GS25가 점포에서 꽃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상생보다는 수익의 영향이 크다. GS25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적이 저조해서 꽃 판매를 중단한 것일 뿐, 앞으로도 편의점에서 꽃을 팔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대기업의 동네 꽃 상권 진입을 막기 위해선 현행법을 고치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동반성장위원회의 설명이다. 한국화원협회가 맺은 상생 협약만으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법적으로 제지할 수도 없다고 한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상생협약을 위반하는 기업에 시정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는 협약을 지키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라며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이 철회됐다가 같은 업종에 대해 재차 심의가 이뤄지기 위해선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대기업의 동네 꽃상권 침해 소지에 주목하고는 있지만 당장 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오는 4월에 총선이 있어서 그 이전에는 법 개정이 논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총선 이후에나 이 사안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e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