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총괄로 돌아온 이종석·정동영…'돌아온 베테랑', 北 시선 돌릴까

김정일 독대한 정동영…남북의 첫 정상회담 수행한 이종석
한미 어디에도 '호응' 없는 북한…이재명 정부 대북 방정식에 주목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2025.6.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대북라인은 '돌아온 베테랑'으로 채워졌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장으로 복귀하고, 역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다.

출범 이후 북한에 대북전단 살포 통제 및 확성기 방송 중지 등으로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이재명 정부가 인선을 통해서도 대북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진 대북 관련 정세에서, 북한의 빠른 호응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베테랑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 문제를 풀어갈 '새로운 방정식'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임명 절차만 남았다. 2025.6.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동영, 20년 전 김정일과 독대해 '북핵 협상' 복귀시킨 경험

2005년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를 앞둔 남북은 그해 2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긴장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던 정동영 후보자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으로 면담했다.

정 후보자의 '미션'은 북한을 2003년 시작된 북핵 6자회담의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것이었고, 2시간 30분 이상 이어진 파격적 면담 끝에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 복귀를 결심했다.

이는 같은 해 9월 6자회담의 첫 성과물인 '9·19 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파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로 복귀한다는 약속이 담겼다. 또한 한반도 평화협정 추진, 단계적 비핵화,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 구축 등도 성명에 담겼다.

정 후보자는 장관 재직 시설 개성공단의 문을 연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때문에 두 번째로 통일장관에 임명되면 멈춘 개성공단을 남북 합의로 재가동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남북 '전성기'에 역할 했던 이종석…'소통 복구'가 최우선 과제

곧 공식 임명을 앞둔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당시 NSC의 상임위원장인 정 후보자와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정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후임 장관이 이 후보자이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대북 사안의 전면에 나섰다기보다 후방에서 정책 및 전략 구상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남북의 첫 정상회담의 특별 수행원으로 방북한 것을 시작으로 NSC와 통일장관까지 역임하는 등 경험의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전단 통제와 확성기 방송 중단에 이어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지난 2023년 단절된 남북 간 상시 연락채널 복구를 추진 중이다. 남북 간 물밑 소통, 대북 전략 구상에 전문가인 이 후보자가 국정원장으로 낙점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남북은 적대국' 선언한 북한의 호응 여부는 미지수

다만 이러한 인선과 전략 수립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이 아닌 서로 다른 두 국가'라고 새로 규정한 북한이 빠르게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회복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23일 상반기를 결산하고 하반기 노선을 확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거나 이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는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의 협의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밀착을 통해 국력 강화를 추진하는 북한이 대남·대외 전략의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5년 단위의 국정 계획 수립을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9차 당 대회가 열릴 즈음에서야 유의미한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후보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호응을 유도할 만한 묘수'에 대해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상황이 바뀌면 (북한의) 입장도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남북관계의 정립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