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 투자 압박 높이는 트럼프…핵잠·전작권 등 안보 현안도 시험대
대미투자 합의 뒤에도 추가 요구…중간선거 앞 '성과' 부각
투자·안보 패키지 연계 가능성 주목…"투자 진전, 안보협상 모멘텀 될 수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상·하원 선)를 앞두고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자신의 경제 성과로 내세우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미 투자 첫 사업이 발표됐지만, 핵추진잠수함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을 논의할 한미 후속협의 일정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대미 투자 지연이 그간 안보협의의 걸림돌이었던 만큼, 추가 투자 쟁점이 다시 협의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로서는 합의된 투자 이행을 안보 협력의 진전으로 연결하면서 확정되지 않은 사업에는 상업성 원칙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외국 기업에 최대 3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는 상업성을 따져 검토하기로 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를 기정사실화하고, 공개된 합의문에 없는 84억 달러(약 11조 3000억 원) 규모의 미국 내 석유 사업까지 거론했다.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일자리를 늘렸다는 점을 중간선거를 앞둔 핵심 성과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미 간 공식 합의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한국의 투자 약속 사이에 간극이 반복되면서 중간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한국을 상대로 한 추가적인 '청구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현재 재래식 무장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전작권 전환 등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현안의 후속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담긴 사안이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고 핵연료 조달 방안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미국 법의 요건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올해 1월 예정됐던 첫 실무협의는 6월 2일 서울에서야 열렸다. 이어 7월 워싱턴에서 개최하려던 후속협의는 아직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할 실무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일 핵잠과 원자력 협정 개정 관련 협의가 그동안 "기대만큼 진척을 이루지는 못했다"라면서도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위기가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후속 협의를 조만간 가동해 빠르게 진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과 안보 현안이 큰 틀의 패키지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최근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진전이 오히려 안보협상을 끌어갈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원하는 투자 분야에서 한국이 성과를 보여준 만큼 한국의 관심 사안에서도 미국 측의 호응을 요구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통상 패키지 가운데 대규모 대미 투자에 우선순위가 있고, 우리는 이를 이행하면서 안보 패키지에서 원하는 것을 받아오려는 것"이라며 "대미 투자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안보협상도 진전될 수 있는 모멘텀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확정된 투자와 검토 단계인 사업, 공개된 합의문에 없는 주장을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합의한 투자는 이행하되 미확정 사업은 상업성을 따져 판단하면서, 한국이 원하는 안보 협력에서도 미국의 구체적인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알래스카 LNG 투자 문제가 안보협의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일 알래스카 LNG 문제가 향후 한미 협상의 쟁점이 될 가능성에 대해 이견이라기보다 사업의 상업성과 합리성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던 문제라며 쟁점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핵잠과 농축·재처리는 미국의 제도적·정책적 협조가 필요한 만큼, 투자 이행을 바탕으로 후속협의 일정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확정하는 것이 과제다. 추가 투자 쟁점이 생길 때마다 안보협의까지 지연되는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이미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해 국방 당국 간 별도 채널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연내 전환 목표 연도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국은 조속한 전환에, 미국은 조건 충족에 무게를 두고 있어 목표 연도 설정에 대한 미국의 호응이 관건이다.
미국도 제조업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은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협상 여지다. 추가 투자 요구가 곧바로 안보협상의 후퇴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보다, 한국 역시 투자 이행을 바탕으로 필요한 안보 협력을 요구하며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민 교수의 설명이다.
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우리가 다 들어줄 수도 없고,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판을 깨기도 어렵다"며 "미국 역시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아내야 하는 만큼 우리도 '이만큼 했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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