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갈등 비판한 필리핀 장관에 中 입장 옹호 '비밀 쪽지' 날아와

필리핀 국방장관, 서울안보대화서 유엔해양법협약 준수 강조하며 中 비판
필리핀 장관 발언 도중 '국제재판소 판정 불복' 中 입장 담긴 쪽지 전달돼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 2026.5.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필리핀의 국방부 장관이 8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SDD)에서 중국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그런데 장관의 발언 도중 남중국해 문제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 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단을 비판하는 내용의 쪽지가 무대 위로 전달돼 주목을 받았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 국방부가 주최한 제15회 SDD 본회의 1세션(안정적 국제질서를 위한 공동설계)의 패널로 참가해 남중국해 영토 분쟁 문제를 거론했다.

테오도로 장관은 "일부 국가는 적대감을 활용해 정치적 열망을 달성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좀 더 작은 국가와 도서국을 희생시키고 있다"면서 "피해를 입는 국가는 국제협약, UN 헌장 등 국제 규정과 규범에 따라 주권과 영토를 보호받아야 함에도 실질적으로 보호를 못 받아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UNCLOS) 준수를 거론하며 "필리핀은 한국과 여러 나라와 함께 UNCLOS 협약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필리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는 국제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제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은 힘의 사용이 지역에서 발생하며 전쟁 위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면서 "필리핀은 결코 국토와 주권을 희생하지 않고 저항할 것이고 국제법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중국해(서필리핀해) 일대에서 필리핀과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 데 마신록')와 세컨드 토마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필리핀명 '아융인 숄'),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2013년 UNCLOS에 근거해 중국의 남중국해 일대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PCA에 제소했다. 중국은 역사적 연원을 근거로 '남해 구단선(九段線)' 일대 해역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PCA는 지난 2016년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모두 배척했지만 중국의 영향력 과시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테오도로 장관이 중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던 도중 청중석에서 A4용지 한 면을 빼곡히 채운 쪽지 한 장이 그에게 전달됐다. 그는 이를 잠시 읽어보더니 "중국에서 쪽지를 보낸 것 같다. '국제재판소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중국은 판결에 반대하고 이에 기반한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쪽지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쪽지가 누구로부터 전달됐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테오도로 장관은 "UNCLOS 체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주장은 UNCLOS를 바닥에 던지고 이를 짓밟는 행위라고 본다. 중국이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주는 기념품으로 이 쪽지를 가져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쪽지를 건넨 사람을 향해 "이 일로 굴라그(Gulag·수용소)에 가지 않길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