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드디어 윤곽 잡혔지만…한미 관계 완전 해빙은 아직

텍사스 가스발전소 건설 등 1, 2호 사업 윤곽…관계 개선 '모멘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여전…핵잠·원자력 협정 개정 美 입장 확인해야

사진은 24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는 모습. 2026.7.24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수개월간 지연됐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호 사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자갈밭을 걷는 듯했던 한미 관계가 개선 흐름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8일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살아 있고, 미국이 투자 지연을 이유로 미온적으로 임했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한미 논의의 재개 시점은 잡히지 않고 있다.

대미 투자 1호 사업이 최종 확정되면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아오던 정부가 정체된 관계를 풀어나갈 '모멘텀'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모든 상환이 전환될 것이라는 낙관은 이르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의 막판 소통에 따라 향후 한미 관계의 흐름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조 원 규모 가스발전소 건설로 대미 투자 해법 찾았지만…한미 '해빙'은 아직

국회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텍사스주 엔시날에 6.3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중 첫 번째 사업으로 낙점했다. 사업 규모는 223억 달러, 약 30조 원 규모다.

이 사업에 대해서는 한미 간 사실상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결과를 더불어민주당 재정경제기획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지난 7일 보고했다.

양국은 그간 투자 구조, 프로젝트 선정 등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과 별개로 정부의 '상업적 합리성'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미국은 한국의 투자 지연을 이유로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안보협의'를 사실상 보이콧하는 등 투자 문제로 인한 불만을 한미 간 모든 현안에 소급해 적용하는 압박 전략을 구사했다.

최근엔 이란과 군사적 공방을 재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한국의 파병을 새로운 의제로 띄웠다. 미국은 핵잠과 원자력 협력 문제처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다른 현안과 연계해 미국의 이익은 챙기고 한국에겐 '포괄적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진, 대미 투자 문제가 갈피를 잡으면 한미의 다른 현안도 원래의 트랙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파병 문제가 제기되면서 기류가 달라진 듯하다. 외교부와 국방부에서는 대미 투자의 첫 프로젝트가 윤곽을 잡은 것과 '한미 관계의 개선'을 직접 연결하지 않는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완연한 한미 현안으로 상정한 듯하다"라며 "대미 투자가 성사됐다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 요구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한미 관계의 봉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쿠팡 문제나 한미 안보협의 등에 있어 미국의 달라진 태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쿠팡 문제를 협상 의제로 제시하지 않거나, 정부가 정례화를 원하는 안보협의 테이블에 다시 나오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전향적으로 바뀐다면 큰 소득이지만, 현재로선 비전투 병력의 파견은 기정사실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서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운을 띄운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해 한미가 진지하게 소통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조현 외교 곧 미국 방문…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 대면 여부도 주목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4 ⓒ 뉴스1 임세영 기자

대미 투자 확정에 따른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는 이르면 내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조현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전화 통화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합의한 상태다.

조 장관의 방미 시점은 이르면 내주, 늦어도 정부의 대미 투자 합의문이 공식 발표되는 18~19일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상 한미가 중요한 국가적 협의의 마지막 단계로 외교 고위급 소통을 진행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미 투자 합의문 발표 직전 한미 외교장관이 대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달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개막하기 직전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 유엔총회에도 참석할 것이 유력해, 한미 외교장관이 대미 투자 확정을 계기로 예정에 없던 한미 정상의 공식 대면을 사전 조율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사전 조율된' 만남을 갖는다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라는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한 정상 차원의 '빅딜'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선 실제 파병까진 수개월에 걸친 준비가 필요하고, 중동 전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파병안을 유지하면서도 결코 서두르진 않는 묘수를 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한다. 대미 투자로 미국의 '불편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향후 파병 문제 논의 과정에서도 지금보다 넓은 숨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관점에선 한미 외교장관의 대면에서 당초 예상보다 많이 밀린 핵잠 도입·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논의의 구체적 일정을 잡는 것만으로도, 한미 관계의 전환을 예상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해 보인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