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정상회담 앞두고 또 대만 문제 시비…외교 문제 비화 우려
광주비엔날레 전시 철수…광저우시·저장성 당국자 방한 취소
대만 문제 영향력 과시…한중 관계 '갈등'까진 가지 않을 듯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오는 24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자국의 공식 입장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한국의 민간 및 지자체 차원의 행사에까지 강요하며 외교적 압박을 가했다.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대만 문제에 대한 영향력 과시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4일 제기된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전날(3일) 광주비엔날레가 대만 측에 '대만관(館)'을 뜻하는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이름 사용을 허용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중한(한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훼손했다"라고 비판했다.
대사관이 직접 대만 관련 사안에 입장을 냈다는 것은, 중국이 이 문제를 한중 관계의 현안으로 다루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절차상 미비를 사과했지만 중국 측은 전시회 철수 등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중국은 오는 6~7일로 예정됐던 광저우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대표단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방문을 취소했고, 광주비엔날레와 별개의 행사인 여수세계섬박람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저장성 저우산시 대표단의 방한도 이 문제를 이유로 취소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전시 참여 방식을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해 행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비엔날레는 국립대만미술관의 전시관 명칭을 당초 국가관에 해당하는 '대만(Taiwan) 파빌리온'에서 국립대만미술관의 약칭인 'NTMoFA'를 사용한 'NTMoFA 파빌리온', 즉 기관관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대만 당국과 예술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비엔날레는 지난달 25일 다시 전시관의 이름을 '대만 파빌리온'으로 복원해 국가관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엔 중국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은 비엔날레 측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대만의 국가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2024년 등 과거 광주비엔날레 때는 중국 측이 이 같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반응은 예상 밖의 모습임이 분명한 측면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대만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을 직접 겨냥하진 않으면서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 정치·양안관계 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이번 중국 측의 대응을 두고 "통상적이지는 않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양국이 민간·문화 교류를 확대하자는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지자체의 행사에 이 같은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간·지자체의 행사를 정부가 중국의 입맛에 맞춰 '검열'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외교 당국이 직접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관련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번 사안은 문화·예술 영역에서 민간의 자체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결정으로, 우리 정부의 대만 관련 입장과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지방정부나 민간단체의 결정에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면서도, 중국 측이 이번 일을 상당히 중시하고 있어 관련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약 2주 전에도 대만 방문 이력이 있는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입국을 거부하는 등 대만 문제에 계속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외교부는 당시 "국회의원의 정당한 활동을 제한하는 일방적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중국 측의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에도 '혐중 시위'를 당국 차원에서 '관리'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외교적으로 다소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며 한국이 원천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자주 펼치고 있다.
강준영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미국보다 한국을 향한 압박 의도가 훨씬 강하다"라고 봤다. 한국을 직접 압박해 중국의 입장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일본 등에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보여 주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중국이 한중 관계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틀 정도로 대만 관련 사안을 밀어붙이지는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주한중국대사관도 전날 입장문에서 "한중 관계는 최근 개선과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돌아왔다"며 양국이 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당분간은 주요 계기 때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대만 문제를 부각하면서, 한중 관계 전반을 흔드는 '전면전'보다는 제한적 조치로 경고 효과를 노리는 '선전전'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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