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끝난 '문민장관'…'다시 육사' 강신철 향한 기대와 우려[한반도GPS]
안규백, 계엄 청산 마무리…사관학교 통합 국면서 '주파수' 차이로 조기 퇴진
개혁 속도 강조한 청와대 …전작권·사관학교 난제 앞에 선 강신철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6개 부처 개각을 단행하며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육군사관학교 46기)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64년 만에 문을 연 국방부의 문민장관 시대가 1년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된 순간입니다.
5선 국회의원으로 기피 대상 상임위원회 중 하나라는 국방위원회에서 줄곧 활동해 '국방 외골수'로 불린 안 장관은 12·3 비상계엄 청산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 국방 개혁 등 주요 개혁 과제를 이끌어갈 최적의 인물로 지목됐습니다.
안 장관은 국방부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활동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국군방첩사령부를 해편하며 당면 과제였던 12·3 비상계엄 사태 수습을 잘 마무리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군 구조 및 3군 사관학교 통합(국군사관학교 창설) 등 다른 국방 개혁에 돌입했습니다.
"여러 이슈가 많지만 우선순위를 꼽으라면 자주국방을 향한 전작권 회복을 꼽겠다. 젊은 세대가 전작권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이렇게 전작권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한 안 장관은 전작권 전환 2단계 절차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올해 마무리하고 전환의 목표 연도를 협의·확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의지를 자주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2028년을 직접 거론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이자 '숙원'으로 불리는 전작권 전환에 진심이었던 그가 취임 1년여 만에 큰틀에서의 계엄 수습만 마치고 물러나게 됐습니다. 이 대통령이 계엄에 따른 '육사 개혁' 차원의 하나라고 직접 언급한 사관학교 통합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 장관이 물러난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 안팎에서는 '군무이탈' 등 안 장관을 향해 제기된 병역 의혹이 장기화하면서 각종 개혁을 이어가기에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국군사관학교 창설 문제를 둘러싼 안 장관과 이 대통령의 인식차가 개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지난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두 사람의 인식 차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죠?
▶(안 장관) 그렇습니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서 나라를 절단을 낸 다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안 지고,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 통합하면 이럴 가능성이 줄어들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합동성과 전문성을 더 고도화해 첨단과학사관학교를 만든다는 것에 있습니다. 여러 규모의 경제 면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는 게 다수의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하세요. 이야기만 하고 말다 보니 자꾸 이러잖아요. 진척 속도가 조금 그렇습니다. 빨리하자, 이 말입니다.
▶굉장히 힘든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쿠데타 전적'이 있는 육사의 책임을 지적하며 통합 추진의 속도가 느리다고 안 장관을 질책했습니다. 하지만 장관은 육사의 책임을 거론하기보다 통합이 필요한 시대적 상황과 목적을 '효율성'에 맞춰 강조하며 정책 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뭔가 엇박자가 나는 듯한 대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당초 지난 7월 6일로 예정됐던 국방부의 사관학교 통합 기본계획 발표는 안 장관의 브리핑 불과 100여분 전 전격 취소됐습니다. 열흘 뒤 진행된 발표는 '장관 브리핑'이 아닌 더불어민주당과 국방부의 '당·정 회의 결과 발표'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정부의 정책 발표임에도 여당이 깔아준 판에서 하는 이례적이고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대통령과 장관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군 안팎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국방 정책 수립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강건작 국가안보실 1차장(예비역 육군 중장·육사 45기)이 1차장 자리에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돼 발생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강 차장은 2025년 출간한 저서 '강군의 조건'에서 방첩사 해체, 문민 국방장관 임명, 전작권의 조기 전환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국방 정책 대부분을 제언한 인물입니다.
강신철 후보자는 지난 1월 주사우디대사에 임명돼 지난 2월 부임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전임 최병혁 대사가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김용현 전 장관에 이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자리에서 물러난 지 1년여 만의 일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외교의 핵심 교두보입니다. 중동 지역의 맹주로 불리며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는 주요 에너지 협력국이자,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인 우방국입니다.
또 석유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하는 '비전 2030'에서 한국은 주요 협력국으로 첨단산업, 방위산업 분야 등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동 외교 강화, 방위산업 세계시장 4강 도약 구상에서 사우디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강 후보자는 1년간 공석이었던 주사우디대사에 부임했지만 임명 7개월여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앞선 대사들이 2~3년씩 근무했던 것과는 상반됩니다.
주요 협력국 입장에서는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일각에선 '국방 개혁 동력과 외교를 맞바꿨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 후보자는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기획과장, 국방부 군사보좌관, 합참 전략기획부장, 합참 작전본부장 등 작전 분야 요직을 거쳤고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까지 지내 한미 연합작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의 행정관으로, 문재인 정부 때는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과 안보·국방전략비서관(현 국방비서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강 후보자에 앞서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낸 인물이 바로 강건작 차장입니다. 육사 1년 선후배 사이이자 같은 정부에서 같은 자리를 지낸 두 인물이 다시 합을 맞추게 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정부 성향과 무관하게 중용됐고, '작전통'이자 연합작전 지휘 경험에 '덕장'으로서의 각종 미담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보니 강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은 64년 만의 문민장관이었던 안 장관이 받았던 기대 못지않은 듯합니다.
국회는 오는 16일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합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대통령 임명이 이뤄지면 이르면 이달 하순부터 장관직을 수행하게 될 전망입니다.
임명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은 만만치 않습니다. 임명 직후 국정감사도 강 후보자가 넘어야 할 산이지만 사관학교 통합 세부계획 발표(10월)라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는 육사 총동창회를 비롯한 통합 반대 측의 고성과 욕설로 얼룩졌고, 찬반 양론의 선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육사 총동창회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통합 반대 투쟁도 예고한 상황입니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를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사관학교 통합 등 국방 혁신의 새로운 길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사관학교 통합에 속도를 높이라는 주문인 셈입니다.
전작권 전환 문제를 논의하는 한미의 안보협의회의(SCM)는 오는 11월 열립니다. 안 장관이 강조했듯 올해 SCM은 전작권 회복 시점을 특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하지만 미측에서는 그간 카운터파트였던 안 장관이 아닌 새로운 인물과 대화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양측의 협의가 다시 늘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강 후보자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강 후보자는 지난 3일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며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두고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육·해·공사는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해 왔고 과거 사관학교가 어떤 모습이든, 어디에 있든 대한민국의 사관학교였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대통령이 강조한 '2028년 전작권 회복'의 실현 가능성을 묻자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일련의 답이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과, 현재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강 후보자 특유의 화법으로 한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참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거움을 느낀다. 국방부 장관이란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앞으로의 국방과 우리 군의 미래에 직결된 중대 과제들이고 그만큼 무게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첫 출근길에 그가 내놓은 말들이 국민의 의문을 해소할 만큼, 지명 이후 쏟아진 기대감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답이었는지 확신을 갖긴 어려웠습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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