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욕설·비방·편 가르기만 남은 '어른'들의 공청회

사관학교 공청회서 말 자르기·인신공격·연단 난입
토론의 기본 '경청'과 '질문'은 없었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생수병을 든 채 다가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6.8.26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장장 4시간 넘게 진행된 국군사관학교 창설(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공청회는 예상했던 결론과 다름없이 끝났다.

고성과 야유, 비난과 욕설로 시작해, 사관학교 통합에 찬성·반대하는 이들의 크고 넓은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몸싸움과 육탄전이 없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 정책을 추진하면서 반대 여론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며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육·해·공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사관생도 학부모들은 공청회의 기본 태도인 '경청'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다른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사관학교 출신 아니면 가만히 있어라", "이재명 앞잡이", "규백이(안규백 국방부 장관) 나오라 그래" 등 공청회가 끝난 자리에 남은 말들은 여전히 적대적일 뿐이었다.

국방부가 '정답'을 정해놓고 공청회를 진행했기 때문에 애초에 토론과 논의, 합의점 찾기는 어렵다는 통합 반대 측 의견도 일리가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발표한 사관학교 통합 기본계획에서 더 나아간, 더 설득력이 있는,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의 귀가 솔깃할 만한 계획을 '업데이트'하지 못했다. 몇 달째 '당위성' 외에 논거나 아이디어가 엿보이지 않으니, "까라면 까라" 식의 정책 추진이라는 말도 영 틀리지 않는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26 ⓒ 뉴스1 최지환 기자

3 대 3으로 진행된 패널 토론은 기존의 통합 찬성론과 반대론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질의응답 때도 쟁점에 대한 치열한 논증과 공방보다는 상대방의 말끝을 잡고 늘어지거나, 조롱하거나, 진영의 논리를 선전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사관학교 통합 문제가 국방·안보 분야의 주요 쟁점이 된 이래 진행된 논의의 양상과 수준이 대체로 이렇다. 공청회를 계기로 편 가르기는 보다 공고해질 듯하다.

기자는 양쪽의 주장과 논리 모두에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참석자들이 보여 준 말보다 태도에 기인한다.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을 두고 서로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고, 때로는 상대방의 주장이 타당하면 수긍하면서 정책 추진의 정반합을 구현하는 것이 모범적인 공청회의 모습이다. 이번 자리는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정작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주어진 발언 기회는 단 한 번이었다. 그들은 '주장'을 펼치지 않고 '질문'을 했다. 이날 참석한 이들 중 공청회의 취지를 가장 잘 이해한 이들이 생도들이다.

국방부는 현재의 생도보다 미래의 생도가 더 중요한가? 총동창회는 현역 생도보다 '노병'이 더 중요한가?

그들 모두 '후배를 위한다'면서, 정작 제복을 입고 자리한 생도들에게 자신들의 발언 기회를 돌리진 않았다.

앞으로 또 사관학교 통합 공청회가 열릴지 모르겠다. 부디 '어른들'이 모여 욕설과 비난을 주고받고, 내 편 네 편을 구분 짓기 급급하며, 질문이 아닌 민원을 쏟아내는 자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