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美 국무부 차관보 "한미 핵잠 합의, 1년 넘게 걸릴 수도"
"미국 의회 의중도 중요…11월 중간선거 결과가 변수"
"한국 내 핵무장론은 협상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 임여익 기자
(서귀포=뉴스1) 임여익 기자 = 앨리엇 강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26일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 논의는 "미국 행정부의 결정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양측 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으려면 1년보다 더 오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연내 타결'을 기대하는 정부의 입장과는 결이 다른 예상이다.
강 전 차관보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을 계기로 취재진과 만나 "한미 핵잠 협력은 양국 간 민간 원자력 협력 틀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제가 10여년 전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타결에 관여했을 때도 여러 어려움 때문에 수년이 걸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원자력법은 매우 엄격한 법의 지배를 받는 사안이고, 의회 구성도 영향을 미친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상·하원 선거) 이후 구성될 새 의회도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해해야 할 것은 이 문제가 어느 행정부의 정치적 의지만으로 바로 밀어붙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전 차관보는 국내 일각의 '핵무장론'이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한국에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순간 협상은 훨씬 복잡해진다"며 "국민들도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도 신속한 동시에 인내심 있게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측이 한국의 핵잠 도입을 추진할 때 '핵 비확산'에 대한 기준은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와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전 차관보는 "오커스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전면적으로 관여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세이프가드(핵 검증 활동)가 적용된다"며 "한국이 동일한 수준의 핵 비확산 기준을 약속한다면, 핵잠 협력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공급받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민간 원자력 협력에도 엄청난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에 합의하고 지난 2일 첫 실무협의를 개시했다. 정부는 가급적 미국의 중간선거 전 협상의 윤곽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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