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탈출 기한은 '60일'…이후엔 '통항료' 부과 불가피

美·이란 MOU 타결…1000여척 선박 병목 현상·이란 측 기뢰가 변수
전문가 "60일 이내 우리 선박들 탈출 가능…이란과 소통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6.17. ⓒ AFP=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무료 통항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이 60일 이후엔 이란의 통행료 부과를 묵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정부는 일단 60일 안에 최대한 한국 선박들과 선원들이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이란과의 소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 1000척 이상의 배들이 해협에 장기 고립된 상황에서 우선순위 문제로 우리 선박들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전쟁 중 이란이 바다에 설치한 기뢰 역시 선박들의 탈출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 MOU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CNN과 악시오스 등 외신 역시 미국과 이란이 앞서 전자 서명을 완료한 데 이어 실물 문서의 서명까지 진행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란 국영매체도 양국 정상 간의 서명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MOU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된 내용이다. MOU 제5조는 이란이 60일 동안 통행료 없이 상선들의 양방향 자유 통항을 보장하도록 했다. 동시에 이란은 오만 및 걸프 국가들과 함께 향후 해협 관리 체계와 해상 서비스를 협의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두고 60일 이후에는 이란이 통행료 대신 해상 서비스 비용이나 관리 비용 명목의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 때문에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MOU 서명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영구적으로 무료 개방될 것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달리, 미국이 그간 이란 측이 요구해 온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권'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정부는 일단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과 우리 국민의 '탈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60일 이후에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대응하되, 일단 '무료 개방'이 합의된 기간 내에 고립됐던 선박을 빼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다. 현재 해협 내 페르시아만 측에는 한국 국적 선박 24척과 한국인 선원 138명의 발이 묶여 있다.

이란이 해상 봉쇄를 시작한 지난 2월 28일 당시에는 26척이 고립됐지만, 지난달 20일 HMM 소유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와 울산항에 입항했고, 이후 SK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한 척도 지난 11일 추가로 해협에서 나오면서 현재는 24척이 남아있다.

이란 반다르 아바스 근처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들. 2026.6.17 ⓒ 로이터=뉴스1

하지만 현재 해협 일대에 1000여 척의 전 세계 선박이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선박들이 빠르게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앞서 아르세뇨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대기 중인 선박이 총 1000척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일각에서는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위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위치추적장치를 끈 선박까지 합하면 그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전쟁 중 이란이 설치한 기뢰들 역시 선박들의 통항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선박들은 기뢰를 피해 오만이나 이란 연안을 따라 멀리 돌아가거나, 또는 기뢰 제거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MOU 제5조는 "상업용 선박의 통항은 즉시 시작되며, 이란에 의한 기술적·군사적 장애물의 제거와 기뢰 제거의 필요성을 고려해 30일 이내에 시행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무료 통항이 허용되는 60일 중 30일 정도는 기뢰 제거 작업에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실제 한국 배들이 해협을 빠져나오는 시점은 한 달여 뒤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 선박의 '호르무르 탈출'이 잘 진행되더라도, 60일 이후 이란이 본격적으로 통항료를 부과한다면 에너지 수급 상황을 전쟁 전으로 돌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수급 부담이 전쟁 때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의중 파악과 향후 협상에서의 우위 선점 차원에서 정부 차원에서 이란과의 외교적 밀접한 소통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과 종전 국면에서 다른 나라 선박들을 상대로 곧바로 큰 통항료를 부과하는 데는 여러 외교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면서 "60일 이내에 이란과 잘 소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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