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락도 락(樂)이다"…공군총장 유튜브 데뷔시킨 3인의 이야기

학군SNS 운영자부터 음대 출신 부사관·아이돌 홍보 출신 병사까지
병사 풋살서 시작된 기획…"수평적 분위기·자유로운 소통의 결과"

(계룡=뉴스1) 김기성 기자

"정훈실 살아있다면 생존 신고 좀 부탁합니다."

지난 14일 오후, 공군의 공식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공군'에 손석락 공군참모총장(대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자 공군본부 정훈실 장병들 신변의 이상 여부를 묻는 댓글들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영상 섬네일(미리보기 사진)에서 손 총장은 번개가 내리치는 붉은 하늘을 아래 다리를 벌리고 쭈그려 앉은 채 근엄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영상에서는 공군의 주력 전투기들이 하늘을 가르는 모습이 펼쳐지면서 쇠를 갈아 마신 듯한 헤비메탈 창법으로 공군의 대표 군가 '공군가'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공군은 2013년 영화 레미제라블을 오마주한 '레밀리터리블'을 시작으로, 2024년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에 공군 화력 시범 영상을 입힌 'Bomb양갱', 블랙핑크 로제의 노래 '아파트'를 활용한 '알라트'(Alart), 지난해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삽입곡 '소다팝'을 활용한 '쏘다POP'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유쾌하고 재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6만 5000여 공군 장병의 최고 지휘관이자, 전군에서 7명밖에 없는 4성 장군 중 한 명을 유튜브의 주인공으로 세우기란 보통의 패기로는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제작자들의 도전 정신을 높게 보고 게시 1주일 만에 조회수 15만 회로 화답하면서도, 이 영상을 만든 장병들을 향해 "이 콘텐츠 만드신 분 생존 신고 좀 부탁드린다"며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뉴스1이 지난 20일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정훈실 미디어콘텐츠과를 직접 찾아가 영상을 기획·제작한 장병들을 만나서 생존을 확인하고 제작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총장과 풋살 뛴 병사 아이디어서 시작…"유쾌하고 경청하는 모습서 구체화"
뉴스1은 지난 20일 충남 계룡 공군본부를 직접 찾아가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을 소재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미디어콘텐츠과 장병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박서완 병장, 백진현 상사(진급 예정), 이슬 중위, 김세현 미디어콘텐츠과장(중령) 2026.5.20./ⓒ 뉴스1(공군 제공)

이번 콘텐츠는 손 총장과 함께 풋살 경기를 뛴 박서완 병장(병 865기)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박 병장은 입대 전 버츄어아이돌 '플레이브'의 앨범 디자인과 콘텐츠 디자인 업무를 하다가 입대한 '유경험자'이기도 합니다.

박 병장은 "참모총장님과 풋살도 하고 식사까지 했는데, 유쾌하시고 병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병사 친화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풋살도 엄청 잘하시고, 병사들과 대화가 끊이지 않도록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친근하다,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면서 "총장님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제작해도 좋아하실 거 같아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병장은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소비되던 '나락도 락(Rock)이다'라는 문구를 착안해 '손석락도 락이다'를 떠올렸고, 섬네일 시안까지 만들어서 '선제적으로' 발제했다고 합니다.

박 병장은 "회의 전에 먼저 시안을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라며 "공군 최고 지휘자인 총장님을 섬네일에 넣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손석락도 락이다'라는 콘텐츠 이름답게 총장님께서 들어가지 않으면 영상의 목적과 주제에 어긋날 거 같아서 총장님을 넣은 시안을 만들어서 간부들께 보여드렸고 '너무 좋다, 이대로 가자'는 반응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총장님 성함은 잊기 쉽지 않아서 이름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면 더 기억에 잘 남을 수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기획과 제작 총괄은 이슬 중위가 맡았습니다. 그는 과거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공군 학군단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관리한 경험을 살려 현재 공군에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만드는 것이 주 업무지만 손 총장 관련 콘텐츠의 총괄까지 도맡게 됐습니다.

이 중위는 "박 병장의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그간 만들어왔지만 총장님을 다룬 콘텐츠는 없기 때문에 이 기회에 국민과 시청자들께 총장님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군에서 그간 올린 콘텐츠처럼 신선하고 트렌디한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드리고, 총장님께서 막혀있는 분이 아니고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분이라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AI로 섬네일 제작·편곡까지…음대 출신 부사관 손에서 피어난 디테일
왼쪽부터 '손석락도 락이다' 영상 기획을 발제한 박서완 병장, AI를 활용해 공군가를 락 버전으로 편곡하고 영상 편집 업무를 맡았던 백진현 상사(진급 예정), 그리고 이번 기획 총괄을 맡은 이슬 중위의 모습. 왼쪽부터 박 병장, 백 중사, 이 중위. 2026.5.20./ⓒ 뉴스1(공군제공)

손 총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섬네일은 박 병장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박 병장은 '총장님께서 쭈그려 앉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것에 동의하셨나요'는 물음에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아니다. 제미나이 AI 툴에 총장님 사진을 넣고 '총장님이 쭈그려 앉아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이미지를 만들어줘'라는 프롬프터를 입력해 제작했다"라고 답했습니다.

공군가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백진현 중사(상사 진급 예정)와 인공지능(AI)의 손을 거쳐 록 음악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백 중사는 "'수노'(SUNO)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했는데, 단순히 '록 버전으로 만들어줘'라는 명령을 입력하기보다 뼈대가 되는 코드 진행부터 입력한 후 1970~1980년대 헤비메탈 그룹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스타일과 같이 표현해달라는 명령어를 넣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은 공군가 1~2절 모두를 보여주는데, 절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1절은 가창에 집중했다면, 2절은 전자기타를 비롯한 악기들을 동원해 메탈의 분위기를 고조하는 구상이었다고 합니다. 백 중사는 1절에서 2절로 넘어가는 분위기 전환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공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인 F-16의 엔진소리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박 병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이 중위의 기획, 백 중사의 작업으로 '손석락도 락이다'는 4일 만에 제작됐습니다. 그런데 김세현 미디어콘텐츠과장(중령)과 김권희 정훈실장(대령)은 결과물이 다 나오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이걸 어떻게 결재를 받느냐는 것이죠.

이 중위는 웃으며 "'과장님 결재를 받기 전에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 보여드리면 분명 좋아하실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만들었다"며 "실장님께서 워낙 저희를 밀어주시고 지지해 주셔서 평소에는 콘텐츠별 조회수나 결과만 보고드리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총장님을 다루는 콘텐츠라 총장님 결재까지 받고 게시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과장은 "갑자기 가져온 총장님 콘텐츠에 조금 당황했지만 지시하지 않은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완성해 온 과원들이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이 더 컸다"라면서 "국민께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공군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깊게 고민했고, 과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실장님과 총장님께 적극적으로 보고드리고 결재까지 받게 됐다"라고 후일담을 전했습니다.

"과장님 결재 전에 우리끼리 먼저"…수평적 분위기·신뢰와 지지 속 탄생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을 소재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박서완 병장(왼쪽부터), 이슬 중위, 백진현 상사(진)가 지난 20일 뉴스1과 인터뷰 영상 녹화를 하는 모습. 2026.5.20./ⓒ 뉴스1(공군 제공)

공군참모총장을 유튜브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패기, 비장함 속에 땀과 흙먼지 냄새 가득한 군가를 헤비메탈로 바꿔보자는 발상의 전환까지, 세 사람은 하나같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조직문화' 덕분에 이러한 도전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중위는 "계급과 직책이 있지만 회의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것 없이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회의하고 피드백이 오가서 더 자유로운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다"라며 "공군만이 가지고 있는 수평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세 사람은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시청자들이 남겨준 댓글에서 많은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이 중위는 영상에 달린 '하극상도 상이다'라는 칭찬의(?) 댓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달린 댓글이었던 것 같은데, 제목과 라임을 맞췄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11월 상사 진급이 예정된 백 중사는 "위험한 콘텐츠를 해서 제가 혹시 '상사(진)'에서 다시 중사가 될까 봐 우려하는 댓글들이 참 재미있었다"라고 웃어 보였습니다. 박 병장은 "'이거 만든 병사가 휴가 가서 도망친 거 아니냐'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거들었습니다.

세 사람은 친근한 공군, 강한 공군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과감하게 제작·기획하고 싶은 콘텐츠가 많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고'를 칠지 두고 볼 일입니다.

김세현 과장은 "이번 콘텐츠는 세 명뿐 아니라 묵묵히 헌신한 10여 명의 과원 모두가 함께 땀 흘려 만든 결실이다. 공군 SNS가 많은 분께 사랑받는 이유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워크를 발휘하는 과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공군 SNS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군본부 정훈실 미디어콘텐츠과 단체사진. 2026.5.20./ⓒ 뉴스1(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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