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했던 안규백·헤그세스 회담…韓美, 각자 할 말만 했다
안규백 "美, 전작권 전환 관련 다른 생각 가진 부분 있다"
美, 중동 개입 당기며 "어깨 나란히 하자"…韓 "기여 방안 검토" 시간 벌기
- 김기성 기자, 류정민 특파원
(서울·워싱턴=뉴스1) 김기성 기자 류정민 특파원 =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 장관이 6개월여 만에 다시 마주 앉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주요 현안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하는 '평행선 회담'이 진행됐다는 평가가 13일 나온다.
장관 회담에 이어 한미는 13일(현지시간)에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를 연이어 진행하며 현안 관련 의견을 나눌 예정이지만, 양국 장관이 대면했음에도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것을 두고 한미 양국이 국방 주요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회담은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선사가 운용하는 선박 'HMM 나무'호가 피격당한 사실이 확인된 직후 열린 회담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시도에 한국이 참여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우려 속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HMM 나무'호 폭발·화재 발생 직후 사건 원인으로 이란의 공격을 주장하며 미국이 진행 중이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이번 회담의 당사자인 헤그세스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 승인 결정은 위협에 맞서고 그러한 이익들을 흔들림 없는 힘으로 방어하려는 이 행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현재의 글로벌 위협 환경 속에서 우리 동맹의 힘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우리의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나무호 피격이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며 한국 내 '강경 대응' 여론이 불거진 상황을 보며 한국을 미국 주도의 중동 질서 재편에 적극 동참시키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자'라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내법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즉각적인 동참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과의 회담 이후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특파원 간담회에서 "국방부는 국제법과 국내법 절차를 준용하는 가운데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여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헤그세스 장관에게) 말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 요청은 없었지만, 정보 공유나 군사적 자산 지원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동참 여부는 아직 결정 단계가 아니며, 미국 주도의 다자협력체엔 전투병 파병보다는 '제한적 지원'을 우선순위라는 방침을 부각한 것이다.
이어 안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및 나무호 문제와 관련해) 대화는 많이 있었지만, 그에 대해 (미국 측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 등에서는 논의하지 않았고, 상식선의 대화를 한 것"이라며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상당히 제한적인 요소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나무호 피격과 관련해 우리 군의 대응을 묻자 안 장관은 "정부 합동조사 결과가 나와야 대응 수준이 나올 것"이라며 "여러 가지 기술 분석을 하고 있고,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에 맞춰서 조속히 전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면서도 "인식의 격차는 크지 않지만 미국 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의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한미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3단계로, 단계별 평가와 검증으로 이뤄진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 전환을 추진 중이다. IOC 평가와 검증은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FOC 평가는 2022년에 끝났다. 한국 정부는 올해 안으로 FOC 검증을 마무리하고 늦어도 2028년 내 최종 전환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29 회계연도 2분기(한국 기준 2029년 1분기) 전까지 전작권 전환 조건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국방부에 제출했다"라고 밝혀 전환 시점에서 양국 간 입장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안 장관은 브런슨 사령관의 전작권 전환 발언과 관련해 "그것은 브런슨 사령관의 생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장관은 SCM을 통해 대통령께 건의해 전환을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이해와 설득을 구할 부분이 있으면 구하겠으나 우리 입장에서는 조기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미국과의 이견에 대한 부연 요청에 "충족할 조건들이 있고 능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설득과 이해를 구해야 할 사안 같고, 능력이 '약' 아니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미국 측이 시점보다는 한국군의 '능력'에 대해 여전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핵추진잠수함 도입 문제는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조인트 팩트시트)을 통해 한미 간 협력을 약속한 사안이다. 지난 1월 '범정부 협의체'가 구성됐지만, 미국 측이 대미 투자 지연과 맞물려 사안을 다루려는 기류가 있고, 미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반대를 표명하는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혀 첫 협의도 열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안 장관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이고, 여러 복합적인 통상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단숨에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중국과 북한 관계를 고려해 조속히 실무협의를 개최해야 하지 않냐는 인식을 같이했다"라고만 설명하고 구체적 계획을 언급하진 않았다.
한미 양국은 국방부 장관 회담에 이어 13일(현지시간) 제28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는 안 장관과 헤그세스 장관이 논의한 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양국 주요 국방·안보 현안에 대한 실무 논의, 세부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선 전작권 전환 및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연합방위태세 강화, 조선 분야의 유지·보수·운영(MRO) 등 방산 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조선업 재건(MASGA)을 위해 확대 중인 조선 분야 협력 방안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총 3500억 달러(약 520조 원)를 투자하는데 이중 약 1500억 달러(약 224조 원)를 조선업 분야에 투입하는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특히 군수 분야로는 미 해군의 함정 MRO 및 공동 건조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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