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기업, 美 전투기·군함 수리 거점…주일미군도 韓MRO가 지원

한반도, 전력 MRO뿐만 아니라 수송·물자 지원 '권역 거점' 개념
사이버전·우주전서도 韓전력 우위 강화…선박 韓건조 협의 필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2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2026.04.22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주한미군이 한국 등 우방국에 자국 전력의 정비 및 보급 시설을 구축해 정비·수리 등 핵심 역량, 물자, 수송 체계를 통합하는 권역 지속 지원 거점(Regional Sustainment Hub·RSH)이라는 개념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한반도에 주둔 중인 전투기 등 주한미군 전력뿐만 아니라 주일미군의 군함 등 역내 모든 미 전력을 대상으로 하는 개념으로, 'K-방산'의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에 또 다른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23일 제기된다.

한반도, MRO·물자·수송 지원 거점 된다…美 전력, 본토 안 가 효율성 제고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기조연설에서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며, RSH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지역의 중심적 역할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사이버 전자전, 우주전 등에 대해서 한반도 (전력의) 경쟁 우위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RSH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권역 지속 지원 체계(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RSF)가 구체화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미 인태사령부는 권역 내 거점 마련을 통해 미 본토와 군수 지원을 분산하고 동맹과 안보 부담을 분담하려는 목적으로 RSF를 도입해 한국의 방산업체가 미 전력과 MRO 협력을 하는 방식으로 이를 구현해 왔다.

RSH는 이것이 좀 더 구체화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MRO 등 핵심 역량(Critical Capabilities), 유류·탄약 등 핵심 물자(Critical Commodities), 수송 및 분배망 등 핵심 수송 체계(Critical Conveyances)라는 '3C'를 통합해 이를 한반도에서 체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이런 개념을 채택하게 된 배경은 경제성 제고를 위해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등 인태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물자 공급이나 보수 활동을 위해 선박 및 각종 전력이 미국 본토를 오가는 것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역내 동맹 및 우방국에 거점을 만들어 지속 지원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K-방산'의 우수한 MRO 기술도 이런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미국은 1978년부터 주한미군을 통해 정비 및 수리, 창정비 수준의 협력을 진행해 왔다"라며 "대한민국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방위산업을 활용해 신속하게 자원을 정비하고자 하며, 이는 한국의 방위 산업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일치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해군 7함대사령부 상륙지휘함인 '블루릿지함'(USS Blue Ridge ·1만9600톤). ⓒ 뉴스1 윤일지 기자
韓 방산기업이 한반도서 美 전투기·군함 수리 확대…주일미군 전력도 대상

인도태평양 지역에선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이 RSH의 역할을 '복수 거점'으로 수행하거나, 기존에 수행하던 MRO 지원 등을 강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은 일본에 위치한 미군의 자산을 한국에서 수리한 전례 등을 참고해 유사시 전투기 및 군함 등 주요 완제품들에 대한 정비 협력도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RSH 대상이 되는 전력은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운용하는 F-15, F-16 등 전투기와 패트리엇 포대 등이 거론되지만, 일본 요코스카 모항을 기점으로 활동 중인 주일미군의 군함이나 군수 적재 등 목적으로 한국에 입항하는 전 세계의 미 전력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지역에서 활용하는 많은 무기체계들이 유사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전투력을 적시 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라며 "유사시엔 지상·해상·공중 체계에 대한 지원이 한꺼번에 일어나며, 드론도 관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모두 방산업체들이 보유·유지하고 있는 기술이며, 다른 동맹국들도 대한민국의 우수한 방위 산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할 것"이라며 "한국 내에서 필요한 지속 지원을 함으로써 곧 전구 내 능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은 이런 RSH 구축이 대북 억제 등 한반도 대비태세 확립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점을 강조, 향후 정부 간 협의를 통해 한국에서 미군의 선박 건조 등까지 협력 확대를 논의할 예정이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주요 완제품의 경우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정비할 수 있지만, 아직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선박을 건조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새로운 완제품을 대한민국에서 생산하고자 한다면 한미 정부 간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의 MRO 및 물자 지원 등 지속 지원 체계가 구축되면 대한항공(003490), 한화오션(042660), HD현대중공업(329180) 등 미 전력 수리 경험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는 사업 확대 및 역량 확장을 위한 상당한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F-13, F-16 등 미 전투기와 다목적 헬리콥터 등에 대한 MRO 협력을 여러 차례 수행한 전력이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 모두 미 해군 7함대 소속 화물 보급함이나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을 꾸준히 수주하며 MRO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한반도에 거점 지역이 마련되면 참여 기회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등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