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이란 휴전에 "불안 요인 여전…후한 평가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 항행 '실제 재개'·이스라엘 돌발 행동 등 변수 여전
이란 내부의 '온건파 vs 강경파' 대립 요인도 간과 못해
- 노민호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임여익 기자 =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전격 합의하며 비로소 중동사태가 협상 국면에 들어섰지만, 전문가들은 8일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실질적 항해 재개 시점 및 방식 등 상황을 다시 악화할 수 있는 불안 요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후한 평가'를 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 파키스탄의 요청을 수용해 7일(현지시간) 2주간 군사행동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디테일'을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이번 합의가 곧 본격적인 종전 국면의 전개로 보긴 이르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조건부 휴전'으로 규정하며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 초기에 제기한 공습의 근본 원인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룰지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질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문병준 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대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번 휴전은 영구적 종전이 아니라 2주짜리 조건부 합의"라며 "전쟁의 근본 원인인 이란의 핵프로그램 문제·호르무즈 해협의 장기적 통항 질서·미국의 대이란 제재 등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휴전은 일단 미국·이란 모두 전쟁을 지속할 명분보다 멈춰야 할 이유가 더 커진 시점에서 나온 결과라고 봤다. 미국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물가 급등에 대한 부담을 느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국제적 압박과 내부 경제 충격을 감안한 '현실적 휴전'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향후 협상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재개 문제가 양국의 휴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문 전 대사대리는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공격 중단을 선언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자국 통제 아래 제한적 통과'라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도 "이제 막 종전 협상에 돌입한 것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결과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며 "종전이 안 되면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르무즈 해협 사안뿐 아니라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목' 중, △핵 프로그램을 위한 우라늄 농축 수용 △이란에 전쟁 피해 배상 △모든 제재 해제 및 유엔 결의 종료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등은 미국과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아직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이번 합의 과정에서 이란 공습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사실상 빠져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란 정권의 '괴멸'을 원하는 이스라엘이 갑작스러운 단독 행동으로 긴장을 고조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다.
문병준 전 대사대리는 "이스라엘이 이란 내 '목표물'을 독자적으로 다시 타격하거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후티 등 역내 무장 세력이 보복에 나서면 휴전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협상파, 혹은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란 행정부 중심의 인사들과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강경파로 분류되는 신정 체제 측 인사들의 대립이라는 내부적인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아직 이란 내에서도 온건파와 강경파 간 의견 정립이 안 됐기 때문에 이번 협의안은 오래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실권을 가진 자들은 혁명수비대 같은 강경파기 때문에, 곧 이들이 다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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