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옥문 시한' 임박…韓 동맹·에너지·북핵 '3중 시험대'
'종전 협상' 분수령…전쟁 장기화 시 '파병 압박' 거세질 듯
전문가 "원유 수입의존도 높은 韓 타격…대북 억지력 우려도"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7일(현지시간·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로 하루 늦추면서 이란이 그전까지 종전 협상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공격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양측이 시한 내에 극적인 타결에 이르지 못한다면, 중동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더 강한 파병 압박과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에너지 수급난 등 외교·안보·경제를 아우르는 복합 리스크를 견뎌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 동부시간 화요일 오후 8시!"라는 글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는 "만약 그들이 화요일(7일) 저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발전소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고 다리 하나도 서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란이 해협을 계속 폐쇄하려 한다면 전국의 모든 발전소와 다른 시설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협상 타결을 종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에도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사예드 레자 살리히 아미리 이란 문화관광부 장관은 "트럼프는 불안정하고 망상에 사로잡힌 모순투성이의 인물"이라면서 그의 발언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역시 이스라엘 하이파의 정유시설을 타격하는 등 역내 미국·이스라엘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도 이란군의 공격에 가세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타결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한 동맹국들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백악관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해당 해협을 정상화하는 것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이 해협을 거쳐 석유를 대량 수입하는 나라들이 책임질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험지이자 핵무장을 한 북한 바로 옆에 4만 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한국을 콕 집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여전히 "미국 측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정재환 인하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 요구라는 미끼를 던져놓고 각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도 이란과의 협상이 잘되지 않을 경우엔 훨씬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중대한 외교적 결정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셈"이라고 짚었다.
또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전체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그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수송 차단의 영향이 여타 국가들보다도 더 직접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현재로서도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되는데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확전 시에는 전 세계 유가 상승폭이 더 가팔라지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향후 전쟁이 지상전으로 확대될 때는 주한미군 병력과 무기 추가 차출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한반도의 핵심 대북 억제 전력인 주한미군의 패트리엇(PAC-3)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방공무기 체계의 일부는 중동으로 이동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물론 우리 정부는 대북 대비 태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앞으로 중동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커질수록 한반도의 대북 억지력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전쟁을 계기로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역할이 더 축소 및 유연화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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