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육군 부사관, 충원보다 전역 많아…'처우 개선' 시급
兵 월급 100만원 후 전역·임관 격차 ↑…"급진적 변화의 부작용"
인력 효율화·유인책 필요…"기본 생활 여건부터 개선해야" 지적도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전투력의 중추'로 꼽히는 육군 부사관 인력 규모가 2023년 병사 월급 100만 원 시대 시작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매년 전역자 수가 민간 모집, 현역 모집, 예비역 재임관 등 임관자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안팎에서는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부사관 급여 현실화와 함께 현재 복무 중인 부사관들이 군을 떠나지 않도록 근속 요인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부사관 모집 유형은 △민간 △현역 △예비역 재임용 △특전부사관 △군 가산복무 지원 △RNTC(학군부사관) △임기제부사관 등으로 구분된다. 본 기사는 임관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의무복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민간 △현역 △예비역 재임용 수치를 기준으로 작성하고, 복무기간이 유동적이고 임관과 전역이 비정기적인 임기제부사관 수치는 제외했다.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육군으로부터 받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민간·현역·예비역 재임용 부사관 전역 규모는 2022년 총 3460명에서 2023년 4607명으로 급증했고, 2024년 5371명, 지난해 4917명을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간 모집·현역 모집·예비역 재임용 부사관 임관 규모는 2022년 총 2260여 명에서 2023년 1380여 명, 2024년 860여 명까지 내려앉았다가 지난해 1470여 명으로 반등했다.
2022년에는 부사관 전역자 수의 절반 이상이라도 충원할 수 있었지만 2023년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 100만원으로 인상하면서 충원 비율은 급격히 벌어졌다. 2023년 신규 부사관 임관자는 전역 규모의 약 30%에 불과했고, 2024년에는 그 비율이 16%까지 떨어졌다.
군에 새롭게 들어오는 규모와 떠나는 이들의 규모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서 현역 부사관들의 업무 과중 상황도 엿보였다.
올해 육군의 부사관 정원은 8만 8000여명으로, 현재원은 6만 7000여명이 현재 복무 중이다. 육군 부사관의 보직률(정원 대비 실제 보직을 맡은 비율)은 지난 2022년 90%를 기록했으나 지난 3월 기준 76%까지 14%p(포인트) 내려앉았다.
이 중 하사의 경우 정원 2만 9000여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 4000여명이 복무 중이다. 하사 보직률은 2022년 75%를 기록했으나 2023년 65%로 전년 대비 10%p 줄었고 하락 기조는 해를 거듭해 지난 3월 기준 48%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 하사 보직률은 48%지만 보직 운영률은 65%로 집계됐다. 중사가 하사 보직의 17%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중사가 하사 보직을 대신 맡거나 겸직하다 보니 중사 보직 운영률은 보직률보다 15%p 낮은 68%로 집계됐다. 신규 임관 부사관이 줄면서 나타난 연쇄적인 인력난의 한 단면이다.
육군은 거듭되는 부사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모집 설명회, 현장 강연, 지역 교육청과의 협력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육군은 지난해 다중이용시설 옥외광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비롯해 16개 모집홍보팀을 구성해 전국 1500여개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모집 설명회를 열고, 200여 회에 걸쳐 간부 모교 방문 프로그램을 갖는 대외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육군은 지난 3월 788명의 신임 부사관을 임관시켜 2021년 4분기 960여 명 임관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군 안팎에서는 모집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병사 처우 개선에 발맞춰 임금 현실화를 비롯한 간부 처우 개선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중사는 "병사들은 세금도 내지 않고, 간부들보다 고정지출 부담이 적다. 하사들이 체감 월급에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보통 고등학교를 마치고 들어오는 부사관이 많다. 이들이 민간에서 취직했을 때 받는 월급과, 군에서 받는 월급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부사관 지원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2029년까지 하사 연봉을 중견기업 초봉 수준으로 높이고, 중·상사 급여 역시 중견기업 유사 경력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에 하사 월급을 6%대 인상하는 방향으로 재정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사 1호봉 평균 월급(수당 포함)이 약 28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사 1호봉 평균 월급은 세전 300만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더해 현역 모집 부사관과 일부 임기제 부사관에게만 지급하던 부사관 '단기 복무 장려수당'을 '장려금'으로 바꿔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고 지급 대상도 민간 모집 부사관 등으로 확대했다. 지급액은 1000만 원 규모다.
급여 현실화와 함께 군 현장에서는 진급에 따른 인사 교류제에 따른 주거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육군은 2023년부터 부대별 인력 불균형, 전후방 인사 순환 등을 고려해 진급자의 근무지 권역 이동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현재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내년 결혼을 앞둔 B 중사는 "결혼 이후 아이 계획도 있다 보니 진급 이후 새로운 근무지에서 적응하면서 가정까지 신경 쓰기엔 부담스러울 거라서 걱정된다"며 "지금보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에 갈 수 있는 부담, 근무 적응, 자녀 교육까지 모두 진급과 맞물려 있어 이야기를 꺼내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군은 2024년 3월부터 일부 전방 군단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교류를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제도 보완을 추진 중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부사관 부족 문제를 두고 "급진적인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고,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효과적인 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책적 실패 상황"이라며 "피지컬 AI 도입과 같은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한편 양질의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 교수는 "임금 실질화 등도 중요하지만 관사에서 녹물이 나오는 등 간부들의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우선 개선해 군에 남은 이들이 더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백 의원은 "초급간부 수급 붕괴는 안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라며 "개인의 희생만을 전제로 한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급여 현실화는 물론, 육아와 주거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 패러다임 전환과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청년들이 다시 군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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