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초유의 '에너지난' 우려 속에서도…방산은 '기대감'

트럼프 "2~3주 이란 공격"…에너지 불안, 민생으로 확산
'K-방산' 성능 시험대 된 중동 전쟁…'가성비·납기' 공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에너지 공급 차질로 인한 산업 전반의 위기감도 심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전쟁이 중동에 수출된 한국산 무기의 성능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K-방산'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중한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2~3주 이란에 강력한 공격"…에너지 공급 불안, 민생으로 확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간은 이란에 대해 강력한 공격을 감행하겠다며, 특히 석유 시설 등 필수 인프라와 군사 시설 등을 타격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박 보호는 각국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동맹국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 상황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84%, 천연가스의 83%는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공습 작전 이후 한국 유조선들이 최소 두 달 이상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른 위기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원유 확보 차질은 물론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부족까지 이어지며, 영향이 민생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9.9%로 급등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 등으로 충격 완화에 나섰지만, 여파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번 상승 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기인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호르무즈의 불안정이 에너지 안보와 물가,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라며 "호르무즈 완전 개방 원칙을 유지하되 비축유 관리, 대체 수입선 확보 등을 추진하며 협력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정부는 2일 0시를 기점으로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3단계인 '경계'로, 천연가스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2단계인 '주의'로 각각 격상했다. 이에 따라 자원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한 상태다.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운영된다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작전요원들이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의 발사를 준비하기 위해 출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 뉴스1
'K-방산' 성능 시험대 된 중동 전쟁…'가성비·신속 납기' 공략

반면 산업·경제 전반의 위기와는 별개로, 중동 전쟁의 장기화는 당분간 'K-방산'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부 분석도 나온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직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재 역할을 해온 주변국들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는 한층 불안정해졌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동 국가들이 군 현대화 차원에서 추진해온 한국산 무기 도입을 더욱 서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중동 전쟁은 실제 이란과의 교전 상황에서 'K-방산'이 성능을 입증하는 시험대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란의 미사일 폭격에 대해 96%의 요격률을 자랑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MSAM-II)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UAE는 이번 전쟁을 통해 기존 계약 물량의 조기 납품 및 추가 발사대 도입 요청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역시 도입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엘셈'(L-SAM)이나 4세대 전투기인 '보라매' (KF-21),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호위함 등 함정 수출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김호성 국립창원대학교 교수(한국방위산업학회장)는 "중동 지역은 지금 전쟁을 겪으며 대공방어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을 텐데, 기존 미사일 외에도 자폭 드론이나 소형 무인 수상정 등 '섞어 쏘기' 전략에 대응해야 하다 보니 '가성비'를 더 크게 중시할 것"이라며 "약 60억 달러 정도 되는 '패트리엇' 대비 한국의 '천궁' 가격은 4분의 1 수준이라 훨씬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현재 전쟁 중인 중동 국가들에 대해서는 수요에 부합하는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해 우리의 빠른 납기 역량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러브콜'이 집중되고 있는 대공 무기체계는 기술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단순 제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수명주기간 MRO 지원을 포함한 패키지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해당 국가들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