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 등 35개국 軍 '호르무즈 회의'…다자 틀 기반 '신중 행보'
佛 "군사 작전과는 무관, 방어적 성격…전후 항해 재개 목표"
전문가 "이란, 美와 다른 목소리 협의체 긍정 반응 보일 수도"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한국이 프랑스·일본·영국 등 전 세계 35개국 군 수장들이 중동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화상회의에 참여했다. 회의를 주도한 프랑스는 이번 논의가 전후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대비한 '비군사적 성격'에 한정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과 이란 사이에서 '섬세한 외교'를 펼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단독 행동보다 다자 협의 틀에 참여하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파비앵 만동 합참의장 주관으로 35개국 군 수장들간 화상회의를 열고,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난 후를 대비해 호르무즈 항행 재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는 이날 회의가 "역내 진행 중인 군사 작전과는 무관하다"며 "순수하게 방어적인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는 전투가 중단된 후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해 재개를 조직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부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한 의사 결정을 비롯한 군사적 지원 방안 등의 논의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의장도 회의에 참석했다. 합참은 27일 "이번 회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한 항해가 각국의 안보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유럽 주도의 다자협의체에 동참하는 행보에 이란이 외교적 불편함을 내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 33개국이 참여한 미국 주도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규탄 공동성명에 동참하는 등 보폭을 맞추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은 한국 정부가 미국이 제안한 합의에 들어가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있고,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밝히는 등 이란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향해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으로선 한미동맹과 한·이란 관계를 동시에 다루는 일종의 '절충안 외교'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교가에서는 한국이 당분간은 다자 협의 참여를 통해 명분을 확보하면서도, 실제 군사적 관여는 최소화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재차 고조되거나, 해협 내 안전 상황이 악화할 경우 현재의 균형 기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과 중동 지역 이해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자 틀을 활용한 신중한 외교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이 프랑스 주도의 다자협의체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보장'과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미국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중동 전쟁이나 폭격 상황 속에서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데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우선 휴전이 이뤄져야 해협 내 선박 호위 책임을 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프랑스 합참의장이 개최한 다국적군 화상회의도 이같은 흐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프랑스가 이번에 합참의장 회의를 주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전략적 자율성'을 보여주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란은 프랑스나 영국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전후 재건 논의 및 전쟁 재발 방지에 나서는 등 글로벌 분쟁 해결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허 교수는 "앞으로 유럽 주도의 다자협의체가 내는 목소리가 미국 쪽에 가까워지지는 않는지,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를 이란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이란의 입장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