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호르무즈 외교전'…美 달래며 '전략적 모호성' 유지 관건

조현 외교, 파리서 열리는 G7 외교장관 확대회의서 루비오 美 국무 대면
대미 투자로 '출구' 찾은 日 행보 참고할 필요성 제기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임여익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의 전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사안에 대한 '동맹의 기여'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접점을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주 한미 외교수장이 대면해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25~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제1차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확대회의에 참석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회의에 참석할 예정으로, 양국은 외교장관회담 혹은 면담 등 대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사태의 파장이 지속되고, 한미 간 '풀어야 할 사안'이 상정됐기 때문에 양국 장관은 '풀 어사이드'(pull aside·비공식 약식회담) 형식으로라도 대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사안에 대한 군사적 기여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여전히 유효하느냐다. 현재로선 중동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되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여전히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길 원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는 공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일미군의 주둔을 일본에 대한 미국의 기여 사안으로 제시하며 "일본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고, 일본의 높은 원유 의존도를 거론하는 등 동맹국의 군사적 기여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함을 시사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日, 파병 대신 대미 투자로 '출구'…"韓, 신중하게 다자외교로 대응해야"

그간 한국은 미국 국무부나 국방부의 문서를 통한 통상적인 방식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사안에 대해 '적극 호응'도 '전면 거부'도 안 하는 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파병 요청'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루비오 장관이 조 장관과의 대면에서 이 사안을 언급하기 더 용이해진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선 정상회담에서 '평화헌법'으로 불리며 자위대의 선제적 무력 개입을 막는 헌법 9조와, 자위대의 파병 요건을 '국가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한 안보법제를 근거로 파병이 어렵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법이라는 높은 장벽을 제시하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한 셈이다.

대신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경제 협력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등을 포함한 총 730억 달러(약 10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에 합의하고, 이를 정상회담의 성과로 발표했다.

이는 360억 달러 규모였던 1차 프로젝트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지난해 7월 미일 무역합의 당시 약속한 총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합의 이행의 일환이다. 1·2차 프로젝트를 합하면 전체 합의의 약 20%가 이행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빠른 입법'을 요구한 대미투자특별법의 제정을 완료한 한국 역시 1차 대미 투자 계획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행보를 참고서 삼아 미국과의 소통 전략을 짤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다만 대미 투자는 중동사태와 직접 연관이 없는 한미의 합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미국의 심기를 달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며, '파병 거부'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받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미국과 반드시 '1대 1'로 대화하려 하지 말고 다자 외교를 통해 이 사안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우리가 먼저 미국에 어떤 카드를 제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자 틀에 편승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으로, 한미 양자보다는 다자 협의나 공동성명에 참여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