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폭에 낮은 수심…美, 호르무즈 '방어' 혼자 못하는 이유
호르무즈 해협 항로 폭, 3.2㎞에 불과…수 초면 미사일 타격 가능
얕은 수심으로 대형함 활동 어려워…韓 파병 시 충무공이순신급함 투입 가능성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 해군은 이란 함정 상당수를 격침하며 사실상 이란 해군 전력을 와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미국이 한국 등 주변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비즈니스' 전략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특성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17일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인근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가 오만만을 거쳐 외부로 반출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 해역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오만·이란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며, 유조선들이 입·출항할 때 사용하는 항로의 폭은 각각 약 3.2㎞에 불과하다.
이는 이란이 해안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드론을 투입할 경우, 목표물에 몇 초 만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해당한다. 이란 입장에선 작전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과 지상 기지 간 거리가 멀지 않은 점도 장점이다. 작전 중인 군함의 레이더 사용을 최소화하더라도 육지의 센서를 통해 복합적인 정보 습득이 가능하고, 미사일이나 드론 등 타격 체계의 신속한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자국 해안 인근에 다수의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며, 미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샤헤드 계열을 비롯한 자폭 드론을 약 2000대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기 함대'로 불리는 소형 고속 공격정들 역시 건재한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런 포화 공격을 방어하려면 미국 입장에선 드론 대비 수백 배 비싼 방공 체계를 운영해야 하고, 이마저도 협소한 해협 특성상 방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피격될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
해협의 좁은 폭으로 인한 높은 선박 밀집도 역시 미 해군의 작전 수행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제한된 해역에 선박과 해안 시설물이 뒤엉켜 다수의 레이더 반사 신호를 만들어내면 적 함정을 신속히 식별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입구와 주변 항만에는 현재 유조선만 약 400척가량이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드론 등 소형 표적이 동시다발적으로 접근할 경우 탐지 난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얕은 수심과 진흙 위주의 해저 지형도 대형 전력을 보유한 미 해군 측엔 불리한 요소다. 해협 핵심 통로의 평균 수심은 약 60m 내외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에선 이를 가리켜 이란의 소형 잠수함들이 음향 신호를 효율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깊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낮은 수심은 물에 깊이 잠겨야 움직일 수 있는 대형 함정들의 움직임을 제한할뿐더러, 극심한 난반사로 소나의 탐지 정밀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진흙 지형은 기뢰들을 퇴적물 속에 숨김으로써 음파탐지기나 광학 센서를 통한 명확한 식별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지리적 제약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는 사실상 몇 가지 정도로 고정돼 있는데, 이는 미 해군이 유조선 호위 작전을 수행할 경우 이동 경로가 제한돼 이란이 움직임을 비교적 쉽게 간파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이 세계 최강 수준의 소해(기뢰 제거) 전력을 갖춘 일본 해상자위대에 '러브콜'을 보낸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현재 미 해군은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 제럴드포드함 등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등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용 중이다. 알레이버크급은 약 9000톤 수준으로, 아덴만 인근을 작전 구역으로 삼는 우리 청해부대의 구축함인 충무공이순신급함(4400톤급) 대비 2배가량 크다. 그 때문에 미국이 한국 함정의 작전 투입을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아덴만 인근에서 작전 중인 우리 함정은 충무공이순신급 3번함인 대조영함이다.
한편, 이란은 이런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기뢰 부설을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 국방정보국(DIA)에 따르면 이란은 최소 5000개 이상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선 선박들의 피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은 이란의 비대칭 전력을 정찰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대드론 장비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등을 동맹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섣불리 군 전력을 투입할 경우 이란에게 자국 선박을 공격하게 하는 빌미를 줄 수 있어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며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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