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정 봐줘야 동맹"…더 거세진 트럼프식 '거래 외교'

'대가 없는' 호르무즈 파병 요구…"지원 안 하면 기억할 것" 협박성 발언
전문가 "명분 유지하며 절충 전략 필요"…한일 공조 필요성도 높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총 7개국에 파병을 요구하면서 '막무가내식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 외교'가 중동사태라는 난관을 만나자 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이 17일 제기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구성과 관련해 7개 국가에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 등 5개국을 콕 집어 군함을 파견할 것을 요구했는데, 그 사이 2개 국가가 늘어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이다. 그는 "(연합체에) 지원하든, 하지 않든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요구를 받지 않으면 '보복성 조치'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협박성 발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서도 이어졌다.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응답이 없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이라고 답해 동맹국에게 중동사태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군사적 지원을 계속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의 지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을 3D 프린터로 만든 모형의 모습. ⓒ 로이터=뉴스1
'내 요구 따라야 동맹'…더욱 거세진 트럼프표 동맹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관세·통상 및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판을 짜면서 '동맹의 기여'를 극대화하는 외교를 진행해 왔다. 미국의 이익에 맞춰 세운 기준을 동맹국이 따라야 한다는 기조였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4년 미국 대선 유세 당시 한국을 '머니 머신'(부유한 나라)이라고 부르며 방위비분담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집권 후 미국이 한국의 국방비를 인상하고 주한미군의 역할에 일방적 변화를 주는 상황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연결됐다.

상호관세 등 통상 문제 역시 수천억 달러 규모의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전제로 '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인 각종 협상이 이어지면서 '거래 외교'라는 말이 탄생했지만, 이번 호르무즈 파견 요청에선 그에 따르는 반대급부가 존재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압박 전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예상보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전략적 부담이 커졌고, 이를 동맹의 기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료사진.ⓒ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美와 '현명한 줄다리기' 필요…한일 간 전략적 소통 강화도 중요"

전문가들은 최대한의 압박을 구사하는 트럼프식 전술에 이제는 '1대 1' 협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유사 입장국과 보폭을 맞추는 신중한 대응이 더욱 필요해진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최대한 신중한 모드를 유지하면서도 우리가 미국에 대한 협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홍 교수는 이어 "안정적인 원유 공급 필요성 등 우리의 명분을 유지하면서 미국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며 "일종의 절충안을 모색하며 미국과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또 "이럴 때 한일관계가 좋은 것은 다행이다. 일본 역시 무턱대고 미국에 100%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한일 간 전략적으로 소통하면서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