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장기전이냐 진퇴양난이냐…중동 전쟁 출구 전략은?
[전문가 분석] "모즈타바 의중이 변수…미국도 전쟁 멈출 필요 커졌다"
"본질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란, 10년 전쟁도 가능"
- 노민호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김기성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이 맞붙은 중동전쟁이 2주째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의 종착점에 대한 전망과 분석도 분분한 상황이다. 두 진영의 '현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으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미친 쓰레기 같은 인간들(deranged scumbags)"이라고 이란 정권을 맹비난했다. 그는 "오늘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라"며 공습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이겼다"라고 승리를 선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며 전쟁이 곧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으로 봤을 때 여전히 미국이 이란을 거세게 몰아붙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미국의 현재 상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는다.
이란의 상황 역시 선명하지 않다.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이어 지난 9일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전날인 12일 첫 성명에서 미국과의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아직 '첫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그의 메시지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전황처럼 이번 사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향후 전망도 관점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태가 '10년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과, 이르면 3월 말에서 4월 초에 종결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이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사실상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이다. 죽기 직전까지 싸울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새 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의중이 가장 큰 변수라고 봤다.
인 교수는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였던 아버지와 자신의 부인,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다. '나도 빨리 신의 곁으로 간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란 특유의 '순교자의 서사'가 그에게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즈타바의 심리 상태를 앞으로 예민하게 지켜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인 교수는 다만 "아무리 최고지도자가 개인적 성향으로 '나가서 싸워서 죽자'는 입장을 내더라도 약 9200만 명의 이란 국민이 모두 따라오는 건 아닐 것"이라며 "이를 잘 아는 참모들도 모즈타바에게 '지금은 한숨 죽여야 한다'는, 다른 방향의 의견을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최고지도부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했을 때 각 지역 부대가 독립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구축한 '모자이크 방어 전략'에 따라, 지역의 지도부가 유사시 필요 이상의 강경 행동을 한다면 전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고 인 교수는 예상했다.
인 교수는 그러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모두 전쟁을 지속하기보다는 멈춰야 하는 요인이 더 큰 상황이라고 봤다. 특히 이란의 경우 그간 보유한 미사일(1700~2000기로 추정)의 절반 이상을 소진했을 것이라며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무기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전쟁이 멈출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비슷한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인 교수의 관점이다.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 겸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은 현재 중동전쟁의 본질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영향력 다툼을 벌이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에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전면적으로 이 사안에 개입한 이유가 '이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오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란이 비록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자생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다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들에 대한 이란의 위협이 더 줄어들 때까지 공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를 와해시키겠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군의 민간인 폭격 사건 이후 그간 정권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란 국민의 상당수가 정권을 지지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란의 저항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단기간에 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이어 "이란은 중국이라는 생명선을 유지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재래식 무기를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공급할 수 있는 지역과의 교역도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전쟁을 10년 이상 끌고 갈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양면적 성격이 있는 메시지라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모즈타바 지도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한 것은 '끝까지 가겠다'는 메시지를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호르무즈를 진짜 봉쇄하기 전에 미국이 이스라엘을 설득해서 이 사태를 그만 끝내자는 애절한 신호일 수도 있다"라고 봤다.
이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언급처럼, 지난 2주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미국은 나름대로 정치적 성과를 거뒀으며 반체제 여론에 고전하던 이란 역시 체제 결속이라는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양측의 협상 환경은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감이 상당하다며,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에 미국이 개입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역시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핵협정(JCPOA)을 탈퇴하면서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 탄도미사일 개발 제한, '저항의 축' 해체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의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이 하지 못한 '이란에 본때를 보여 주기'와 '좌(左) 사우디아라비아·우(右)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중동 질서를 세우고 싶어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의 새 지도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일단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조만간 미국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장 센터장은 "이란은 물리적으로 많은 공격을 받았고, 최근 반격 양상을 보면 이란이 발사하는 미사일과 드론의 수가 초기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저항은 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많이 취약해졌을 것"이라며 "큰 타격을 입은 이란의 강경파가 결속을 위해 허풍에 가까운 초강경 메시지를 남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혹은 내달 초(3말 4초)에 전쟁이 멈출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는 언제든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이고, 중국이 중재를 시도하는 듯한 모습이며, 이란은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이 협상에 나서면 2023년 이후 전쟁을 거듭해 전쟁물자가 부족한 이스라엘은 독자적으로 이란과 대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