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특별법 제정으로 안보 협의도 '숨통'…'301조' 변수에 촉각
특별법 통과로 '핵잠·원자력 협력' 협상 추동력 기대
美 301조 조사 두고 '새 변수' 우려도 제기…한미 고위급 소통은 지속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으로 인해 지연된 한미의 '핵추진잠수함·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에도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12일 제기된다. 미국이 그간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두 사안의 구체적 협력을 위한 논의에도 뜸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미투자특별법은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한미 업무협약(MOU)을 이행하기 위해 별도의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총망라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공개 이후 우리 측에 빠른 투자계획 수립 및 투자를 촉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 국회가 역사적 무역 합의를 비준하지 않았다"며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다시 2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자체는 '트럼프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역시 최근 우리 국회의 동향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대미 투자 문제로 인한 한미의 불협화음은 한국의 핵잠 건조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조정'을 위한 한미 협의에도 직접 영향을 미쳤다. 당초 올해 1월 미국 측 협상단의 방한이 추진됐으나,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이 일정이 2월에서 3월로 계속 연기됐다. 결국 한국 대표단이 먼저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부터 개시하기 위해 미국을 찾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임갑수 한미 원자력 협력 태스크포스(TF) 정부대표가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며, 워싱턴D.C에서 현지시간으로 12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임 대표는 미 국무부, 에너지부, 국립핵안보청 인사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임 대표의 방미단엔 국방부 중심의 핵추진잠수함 범정부협의체(TF) 인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핵잠 도입과 관련한 의견 교환도 일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진행된 정의혜 차관보와 마이클 디솜브레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양측이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게 긍정적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한 면담에서 핵잠과 원자력 협력을 위한 협상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는 데에 대해 "미국 측도 공감을 표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미투자특별법 통과에 즈음해 한미의 고위급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은, 앞으로 핵잠 및 원자력 협력을 위한 협의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디솜브레 차관보의 방한에 앞서 데이비드 와일레즐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지난 10일 서울에서 정 차관보와 조찬 면담을 하고, 외교부 북미국장·양자경제외교국장·한반도정책국장 등과 만났다.
하지만 이날 미국이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결정하며, 핵잠 및 원자력 협력을 위한 협의에 또 다른 암초가 나타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16개국을 상대로 조사 개시 방침을 발표하며 "제조업 분야의 구조적 과잉 생산과 관련해 주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가 또 한 번의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발언이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법으로,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불공정 행위 등이 있을 경우 추가 관세 부과나 서비스 제한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 카드를 고려해 왔다.
정부는 일단 이번 상황이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차분히 대응한다'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정 차관보와 디솜브레 차관보와의 면담에서도 미국 측의 이번 조사가 한미의 기존 무역 합의에 부정적 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이에 대해 디솜브레 차관보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백악관이 주관한 전화 브리핑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기존) 협정을 유지하고 준수하는 데 관심을 표시했다"며 기존 합의는 301조 조사와 별개로 유지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올 것이 왔다'는 평가로, 이미 우여곡절을 겪고 개시 수순에 돌입한 한미의 핵잠 및 원자력 협력 협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로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기존 관세율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협의를 이어가면서,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핵잠 건조와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도 함께 다루자고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사실을 부각하고 향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동시에, 받을 것은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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