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탈출 전야, 김밥 싼 대사관…교민 버스 출발 직후 '펑펑' 공습

이란 체류 한국인 24명 피신 '막전막후' 외교부 공개
작년 경험 바탕 대피 매뉴얼 큰도움…2차 대피 준비

이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들이 주이란대사관과 현지에 급파되어 있던 외교부 신속대응팀의 지원으로 3일 오후 (한국 시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외교부 제공) 2026.3.3 ⓒ 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테헤란시 벗어나고 몇 시간 뒤 공습 시작돼 대사관 인근은 폭격받아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직원들 숙소도 파손된 상황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정부가 이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대피시키는 과정의 긴박했던 현장 상황이 전해졌다.

외교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4명을 임차한 버스 2대에 나눠 태우고 3일 저녁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중간 기착지에서 1박을 하는 등 이동거리만 1300㎞에 이른다.

외교부에 따르면 버스가 테헤란시를 떠나고 공습이 시작됐고, 폭격의 여파로 직원들 숙소 유리창도 깨지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고 한다.

외교부는 지난해 6월 이란 체류 교민 대피 경험을 토대로 사전에 '유사시 대피 계획'을 세워놨다.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기에 신속한 대피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6월 (대피 당시 경험이 있던) 버스 기사도 미리 확보했다"며 "교민들에게 공지해서 대사관으로 집결하라고 헀고 숙식을 제공하면서 머물 수 있게 최대한 배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른 새벽에 시작된 '대피 작전'을 위해 김준표 주이란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은 김밥을 싸고 샌드위치도 준비해서 체류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버스가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안개가 끼고 2차선 도로가 얼어붙어 최대한 서행하며 안전한 이동을 위해 신경을 썼다.

대피국인 투르크메니스탄과 사전 협의를 통해 국경지역 검문소를 우리 국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하기도 했다. 아이와 임산부가 있다는 점을 투르크메니스탄 측에 설명하고 특별히 조속한 절차가 가능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국경지역 검문소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우리 교민 중엔 이란인 배우자가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투르크메니스탄 측은 배우자까진 괜찮은데 친척도 함께 온 것은 "난감하다"는 입장을 처음에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들이 주이란대사관과 현지에 급파되어 있던 외교부 신속대응팀의 지원으로 3일 오후 (한국 시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외교부 제공) 2026.3.3 ⓒ 뉴스1 김명섭 기자

외교부 당국자는 "그 와중에 갑자기 검문소에서 '잠깐'이라고 하더니 외교차관이 '그냥 (통과)하라'고 연락이 왔다해서 일이 잘 풀렸다"며 투르크메니스탄 호텔에 우리 국민 등이 머물며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주투르크매니스탄 대사관 직원들은 밤을 새운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란 외에도 정부는 그간 중동 각지에 발이 묶여있던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인근 국가로 이동할 수 있게 임차 버스 제공 등을 지원했고 현재까지 이스라엘 120여 명을 포함해 바레인,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서도 인접국으로 안전하게 이동을 마친 상황이다.

외교부는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2차 대피를 계획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스라엘에서 약 30명, 이란에서 10명 안팎이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 대피 경로와 일정은 안전을 고려해 말을 아꼈다.

외교부는 전세기 운용과 외교채널을 통한 항공편 재개 등도 요청 중이다. 지난 8일 우리 국민 203명과 외국인 배우자 3명 등 총 206명을 태운 전세기인 에티하드항공의 여객기가 아랍에미리트(UAE)를 떠나 9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10일엔 카타르항공의 직항편을 타고 우리 국민 322명이 귀국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