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에 중동 하늘길 마비…혼란 속 인접국 자력 피난 나선 관광객들

SNS서 이스라엘→이집트, 요르단→이태리 대피한 관광객 후일담 속속 확인
외교부, 이란 교민 대피 지원…UAE, 관광객 숙박·체류비 전액 무료화

미국과 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공격한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2026.3.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노민호 신현우 최동현 기자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대피하고 있어요. 오늘 4시간, 내일 10시간 이동해야 한다는데 집에 가고 싶을 뿐입니다."

이스라엘을 여행하던 안 모 씨는 다음 여행지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찾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행 도중 갑작스러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가 발생했다. 전쟁에 가깝게 상황이 전개되자, 안 씨는 급히 이집트로 대피한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렸다.

안 씨는 남편과 어린 자녀 2명과 함께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떠나 이집트로 이동했다. 그는 "이집트로 넘어오니 긴장이 확 풀린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응원해 줘서 고맙다"면서 "호텔에서도 폭탄 소리가 들리고 땅이 울리지만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낀다"라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중동에 관광 등의 목적으로 단기 체류하던 우리 국민들의 혼란도 3일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부 국민들은 사실상 고립된 상태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SNS에서는 중동 체류 국민들이 자력으로 이집트 등으로 대피한 사례나, 중동 여행 중인 가족들의 대피 상황을 알리는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가족의 대피 소식을 전한 네티즌도 있었다.

A 씨는 지난 1일 SNS에서 "(가족들이) 예루살렘에서 이집트로 이동하는 중"이라며 구글 지도상 9시간 20여분 걸리는 이동 경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A 씨는 가족들이 이집트의 타바 국경사무소에 도착했지만 "몇 시간째 국경을 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면서 "이집트 안에 숙소가 없고 비행기표도 없고 비싸다는데 어떻게 잘 구해질 수 있겠죠?"라며 걱정했다. A 씨는 다음 날 오전 가족들이 국경을 통과해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전했다.

중동 체류 2만여 명 중 단기체류자 4000여 명…하늘길 끊겨 '혼란'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점검 긴급 관계부처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2026.3.2 ⓒ 뉴스1 김성진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을 포함해 현재 중동 지역 13개 국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2만여 명이다. 이 중 1만7000여 명은 교민이고 단기체류자는 4000여 명이다. 단기체류자의 상당수는 관광객으로, UAE에 체류 중인 단기체류자가 20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사우디아라비아 체류자가 10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이란 공습과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의 하늘길이 끊긴 상황이다. 현지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단기체류자 대부분이 고립감과 혼란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오만과 사우디, 이집트 등에선 중동 국가 외에 유럽 등 다른 국가로 향하는 항공편은 정상 운영 중인 경우도 많다. 일부 국민들은 이 항공편 이용을 위해 육로로 자력으로 이동하거나, 이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바이에 체류하는 우리 교민들 중 일부도 이같은 현지 상황을 수시로 블로그 등을 통해 알리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교민은 자신의 블로그에 "두바이나 아부다비에서 오만 국경까지는 차량으로 4~5시간 정도 걸린다'라며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만으로 이동하신 분들이 꽤 있으며, 가는 길도 안전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UAE의 경우, 일부 항공편을 재개하긴 했으나, 두바이에서 인접국으로 가는 단거리 항공편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재개했으며, 탑승자도 제한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두바이를 오가는 대한항공 직항편은 오는 8일까지 결항한 상태다.

성지순례를 위해 이집트를 거쳐 요르단의 수도 암만으로 이동한 박 모 씨는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암만에서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하늘에서 '꽝'하는 굉음에 뭔가가 떨어지는 걸 봤다. 이스라엘 쪽이었다"라고 전했다. 박 씨는 이어지는 게시물에서 3일 오전 요르단 암만 공항을 떠나 이탈리아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교민 C 씨는 "1일 오전 8시 30분 큰 굉음이 세 번 울렸고, 지금도 전투기 소리가 계속 들린다"면서 "두바이 국제 공항은 현재 폐쇄된 상태고 항공편은 대부분 취소됐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들의 대피 소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Thread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2026.3.3./ⓒ 뉴스1(스레드 캡처)
UAE, 외국인 관광객 체류비 지원…중동 진출 韓 기업들, 주재원 대피·출장 중단

외교부는 현재 외부와의 소통이 원활한 UAE를 제외한 카타르,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 국가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상황도 공관을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가변적인 현지 상황과, 체류국의 조치 등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 탓에 일관된 공지를 하기 쉽지 않은 지역의 일부 국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외교부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체류하던 우리 교민의 대피를 지원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시점에선 체류국의 각종 공지 및 안내를 먼저 정확히 숙지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UAE 정부는 지난 2일 자국 호텔에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숙박비와 체류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지원 범위에는 숙박비와 식비는 물론, 향후 귀국을 위한 항공권 비용과 체류 자격 유지를 위한 긴급 비자 발급 비용까지 포함된다.

UAE 관광객은 항공사의 결항 증명서(Cancellation Certificate)를 지참해 투숙 중인 호텔에 제시하면 즉시 무상 연장을 받을 수 있다.

중동 지역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들은 만일에 대비해 주재원과 그 가족들을 인접국으로 대피시키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하는 주재원과 가족들을 두바이·이집트 등 주변국으로 대피시켰다. UAE, 카타르, 이라크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LG전자는 지난주 이란에 파견한 한국 직원 1명을 귀국시키고 이스라엘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및 가족들은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다. 또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 대표 명의로 재택근무 전환을 공지하고, 당분간 중동 지역 출장도 금지하기로 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