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DMZ법, 정전협정과 정면 충돌…도움 되지 않아"

"DMZ법 입법, 韓이 정전협정 적용 대상 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

자료사진. 2022. 7. 1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유엔군사령부가 비군사적 목적에 한해 비무장지대(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DMZ법)의 입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정전협정과 정면 충돌한다"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28일 서울 용산기지 드래곤힐로지 호텔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DMZ법'은 DMZ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지, 특히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라며 "DMZ법과 정전협정은 공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DMZ법안은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이재강·한정애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한국 정부가 DMZ를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그간 군사적으로 통제돼 왔던 DMZ에서 정부의 권한을 넓혀 남북 간 교류·협력과 생태관광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엔사 관계자는 "DMZ는 군사력으로 하여금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고 여기에는 민사행정과 구제사업도 포함된다"라며 "DMZ법안은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을 제3자에게 넘겨주면서도 모든 책임은 결과적으로 사령관에 있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사는 지난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유지하고 DMZ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

정전협정 1조 9항은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 집행에 관계되는 인원과 군사정전위의 특정한 허가를 얻은 인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도 DMZ에 출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정전위는 DMZ 내 이동이 도발적으로 인식되거나 인원 및 방문객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확립된 절차에 따라 출입 요청을 면밀히 검토하고 승인 또는 거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군사정전위원회는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 장교 5명, 북한군·중국군 장교 5명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1994년 북한과 중국이 위원회 대표단을 철수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유엔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DMZ 통제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DMZ 남측 지역이 대한민국의 주권적 영토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라면서도 "1953년 한국 정부가정전협정 적용을 받기로 주권적 결정을 내렸고, 대한민국이 적용 대상이라는 건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만약 한국 정부가 DMZ 내부로 유엔군사령관의 협의나 허가 없이 민간인을 출입시킨다면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 된다"라며 "DMZ법을 제정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한국과 유엔사뿐만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에게도 아주 큰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자신들의 DMZ 출입 통제 권한이 비군사적 부분에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정전협정 서문에는 유엔사의 권한이 '군사적인 성질에 속하는 사항'에 적용된다고 전제하고 있어, 민간인·종교인의 출입 등 명백한 '비군사적 상황'에서 유엔사가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적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비군사적 부분에서 유엔사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측은 '군사적 성질'이라는 단어 하나에 집중한 것 같다"라며 "정전협정은 전쟁을 중단시켜 향후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서문의 '군사적 성질'이라는 말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이라는 오해를 방지하고자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부 조항을 보면 유엔군사령관이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민사행정까지도 책임을 지는 내용이 있고, 후속 합의서에서도 DMZ 내부 출입 시 민간인 보안을 규정하고 있다"라며 "지난 70여년간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에 나온 대로 유엔군사령관이 DMZ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어떤 평화적 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DMZ 내부에서 활동이 있는 경우 정전협정에 따라 해야 한다"라며 "정전협정상 (유엔군사령관의) 책임을 저해하려는 시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DMZ법과 관련해 한국으로부터 사전 설명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분명 특정 부분에선 협의가 된 부분도 있었지만, 관련 언론 보도가 있기 전 협의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백마고지 유해 발굴 현장 방문을 불허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다른 곳을 방문할 것을 국가안보실에 제안했고, 실제로 국가안보실은 이를 수락했다"라며 "방문 신청을 접수한 시점에 공교롭게도 한국 측 간부가 DMZ 내 폭발로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고, DMZ에서 매일 새로운 불발탄과 지뢰, 수류탄 등이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지난 몇 달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번이나 DMZ를 방문했는데, 충분한 시간 내에 우리에게 방문 의사가 전달이 됐기 때문에 지원한 것"이라며 "DMZ 방문은 기존 절차를 바탕으로 명확한 근거를 갖고 모든 상황을 고려한 후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