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책임 주체 밝히라는 北…'침묵' 군사회담 제의 재조명

일각선 '총참모부→국방부→김여정' 간접 소통, 군사회담까지 이어질지 주목
정부, 군경 합동수사팀 꾸리며 조속 호응…'두 국가론' 北 기조 여전히 부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News1 DB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북한이 '무인기 침범'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우리가 제의한 남북 군사회담이 재조명되고 있다. 군사회담 제의에 북한은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에 선제적 반응을 보인 무인기 사안을 활용해 대화의 장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참모부→국방부→김여정' 간접 소통…군사회담까지 이어지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 군이 전날(10일)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는 없다" 등의 입장을 낸 것에 대해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동시에 "한국 영역으로부터 우리 공화국의 남부 국경을 침범한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주체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일련의 구도는 전날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무인기 침투' 발표 후, 우리 국방부의 입장 발표, 그리고 김 부부장의 담화까지 군 당국 간 일종의 '간접 소통'이 이뤄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는 모양새다. 이는 북한이 먼저 '반응'을 보인 무인기 침범 문제를 '우발적 사태 방지'라는 명분 등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받는 건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북한 측에 '우발적 군사분계선(MDL) 침범 예방'을 목적으로 제의한 남북 군사회담이다. 북한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도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돌발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 협력까진 아니더라도 무인기 관련 정보 공유와 재발 방지 조치 수립을 위한 대화의 계기는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게재하며 "지난해 9월 27일 11시 15분경 한국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에서 이륙한 적무인기는 우리측 지역 황해북도 평산군일대 상공에까지 침입하였다가 개성시 상공을 거쳐 귀환하던 중 아군 제2군단 특수군사기술수단의 전자공격에 의하여 14시 25분경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 지역의 논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정부, 군경 합동수사팀 꾸리며 '발 빠른 대응'…'두 국가론' 北 강경 기조는 부담

정부 일각에서도 이번 북한의 무인기 반응을 두고 대화 동력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하는 조짐이 감지되는 모양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남북 합동 조사가 가능하다"고 운을 띄운 것도 이러한 의도가 전제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경 합동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군은 군사경찰인 국방부조사본부를 중심으로 민간 경찰이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은 없지만 민간 드론 운용을 관할하는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과 협력할 가능성도 군 안팎에서 거론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이날 "정부는 이번 무인기 사안에 대해 군의 1차 조사에 이어 군경 합동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적극성을 드러냈다.

다만 올해 초 제9차 당대회를 앞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공고히 하고 향후 당 규약 및 북한 헌법에 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안팎의 관측을 고려하면, 남북 간 군사 교류 성사는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한국을 '불량배', '쓰레기 집단'에 빗대며 높은 비난 수위를 이어갔으며, 윤석열 정부 시절 발생한 '평양 무인기' 사건을 거론하며 정권과 관계없이 기존의 적대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무인기에 의한 경계 침범이라는 '약점' 공개를 무릅쓰고 무인기 침범을 공개한 건 그만큼 한국을 적대시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며 "올해 상반기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등을 통해 상반기 '적대화 작업'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 만큼 당분간 대화 제의 등엔 호응할 가능성이 높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