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선제적 방중, 한중 관계 복원 앞당긴다 [전문가 칼럼]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해 11월 1일에 이어 오는 4~7일, 단 2달 만에 다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모두의 예상을 넘어서고 타이밍이 절묘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반년 동안 미일 관계를 안정시켰고 이제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진력하고자 한다. 대통령의 새해 첫 해외 방문지로 일본보다 더 빨리 중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대중국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놀라운 전광석화 외교로서 한국의 외교적 자신감과 주도적 국익 외교를 보게 된다. 그동안 정체됐던 양국 관계에 탄력을 줄 것이다.
중국의 경우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아태공동체 제안에서 보듯 현재 국제사회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국의 다극화 시대에 대한 분명한 의지로 읽힌다. 동북아에서 남북한 모두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어가고자 하며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한국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지난해 11월 방한은 한중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려는 행보이자 양국 관계의 해빙 신호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지난해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 구름을 걷어 해를 보는 방문(拔雲見日)이었다면 이번 1월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산봉우리를 넘어 길을 여는(峰回路轉), 관계 전환의 방문이 될 것이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과 양국 관계의 곡절을 넘어 이뤄지는 양 정상의 상호 방문은 33년 한중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둘째, 양 지도자 간 신뢰 구축을 공고히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의 복원 선언이었다. 정상회담은 1시간 37분간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는데, 일반적으로 여타 정상회담이 순차 통역임을 감안할 때 두 배 이상 긴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양 지도자는 APEC 기간 내내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는데, 인간적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선물 교환 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장면에서 양 지도자 간 화학작용이 확실히 있었고 적어도 서로 얘기할 만한 상대라는 신뢰가 형성됐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이다.
셋째, 양국 핵심 이익에 대한 상호 존중이다. 양국은 각자 핵심 이익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한번 만나 해결될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사드 이후 한중 관계는 계속 어려움이 있었다. 시 주석의 방한은 11년 만에 이뤄졌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인 오해를 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특히 대북 정책과 대만 문제에 대한 상호 입장을 존중할 것이다. 경제안보 입장과 해양 이익에 대한 상호 이해가 있을 것이다.
넷째, 협력의 큰 방향 합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집을 지으려면 벽돌을 하나하나 튼튼하게 쌓아야 한다. 지난번 정상회담이 양국 정상의 신뢰 확인에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의 정상회담은 단계별, 영역별 성과를 도출하면서 양국 관계를 한 걸음 한 걸음 복원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지난해 11월 1차 정상회담에서는 양 지도자 간 만남 자체가 성과였다면 이번 2차는 인적 교류, 그 이후에는 경제 혹은 또 다른 분야에서 성과를 낼 듯싶다.
다섯째, 다양한 협력 영역에서 접점 찾기다. 향후 이재명 정부의 4년 반 동안 정부 간 전략적 소통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 FTA 2단계 논의를 가속할 것이다. 경제 안보 속에서도 윈윈할 수 있는 기업, 산업 협력을 모색할 것이다. 지방, 민간, 문화, 언론, 청년과 청소년 교류를 다양하게 심화할 것이다. 양국 협력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사우스와 노스(North), 선진국과 개도국, 강대국과 중소국 사이 정책적 간극을 메우는 가교 협력을 논의할 것이다.
여섯째, 시너지 국제 거버넌스 협력이다. 이번 경주에 이어 내년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향후 아태 지역 경제 거버넌스의 미래에 함의를 준다. 경주 APEC에서 방향을 모색했다면, 선전 APEC에서는 지속적 동력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올해와 내년 APEC 의장국으로서 한중이 함께 공존적 협력을 모색했다. APEC의 3대 과제(재연결, 혁신, 번영)처럼 한중 관계의 '재연결'은 '혁신'적 협력을 통해 양국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에는 소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좋은 타이밍에 망설이지 말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기회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미루지 않고 실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체된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이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양국 지도자의 선제적 외교에 거는 기대감이 점점 커진다.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구축된 양국 지도자의 상호신뢰는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의 재도약을 본격적으로 견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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