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군사법원 출석한 尹 "할 일 한 군인들에 미안…구치소서 기도"(종합)
"비상계엄, 혼란한 정국 타파할 수단"주장…정치인 체포 명단 등은 부인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 장성들에 대한 군사법원의 재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증인대에 섰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18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을 받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조'와 체포 명단에 대해 "계엄 해제 이후인 12월 4일인가 5일에 관련 내용을 보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했더니 동향을 파악하라고 했다더라"라며 "김 전 장관에게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짓을 왜 했냐. 계엄은 길어봤자 반나절이나 하루면 끝난다고 하며 질책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거듭 "명단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그렇다"라고 답변하며 "거기(명단)에 있는 사람 중 제가 잘 모르는 사람도 있고 저랑 가까운 사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총을 쏘더라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 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엔 윤 전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선 다른 증언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더는 위증으로 기소되기 싫다"라면서도 "저는 애초에 실탄을 들고 가지 말라고 했고, 수방사는 총을 놓고 담을 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은 여인형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이 '계엄 선포로 수많은 군인이 구속돼 수사를 받고, 인사 조치도 받았다. 이에 대해 입장이 있느냐'라고 묻자 "제가 아는 군 간부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법정에 나오는 걸 보고 안타깝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들은 제가 내린 결정에 따라 자기들이 (해야)할 일을 한 사람들"이라며 "미안한 생각이 들고, 재판이 끝나고 구치소로 돌아가 밤늦게까지 기도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측이 생각이 다르면 위증 기소를 남발한다.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계엄 선포는) 국민에게 나라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알리려 북을 친다는 개념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총으로 쏘라거나 그를 잡아 오라고 지시했다고 발언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 게시판 의혹) 사건이 터진 직후였던 것 같다"라며 "그와 관련해선 이진우 전 사령관의 기억이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곽종근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대표를 총을 쏴서라도 죽이겠다며 그를 잡아 올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다만 이진우 전 사령관은 다른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술에 취해 배신감을 토로하며 한동훈의 이름을 말했지만,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는 말은 기억에 없다"라고 배치되는 증언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으로 국회 통제 등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계엄은 '임시 조치'였다는 취지로 주장을 반복했다. 또 군 지휘부와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공소사실도 전면 부인했다.
계엄 전 고등학교 후배인 여인형 전 사령관을 방첩사령관으로 발탁한 배경에 대해선 "방첩 수사 등에서 경험이 많고 작전통으로 유능하다고 들어 임명한 것"이라며 "고등학교 후배라고 해도 그전에 본 적이 없다. (계엄을 염두에 둔 발탁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했다.
또 계엄 선포 당시 전·현직 정보사령관이었던 노상원, 문상호 피고인에 대해서도 12·3 비상계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증인 신문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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