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지정학적 중요도 높은 한국, 제재 피해 핵무장 가능하다"

국가전략 겨울호, '미국 주도 반핵확산 제재의 비용' 논문
"비확산론자들, 과장된 공포로 여론 왜곡" 비판

자료사진. 2025.10.22/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한국의 자체 핵무장 찬성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핵무장을 추진하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국가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반론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심규상 텍사스대 정치학과 조교수와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2일 세종연구소 학술지 국가전략 2025년 겨울호에 게재한 공동 연구 논문 '미국 주도 반핵확산 제재의 비용'에서 이러한 주장이 "체계적 오류에 기반한 과장된 사전적 공포(ex ante fear)일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한국의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두 교수는 이 논문에서 기존 설문실험 연구들이 제시해 온 경제 제재 피해 시나리오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보고서는 "부정확한 전문가의 견해와 가혹한 시나리오가 여론에 과도한 공포를 심어 자체 핵무장 지지율을 왜곡할 수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경제 제재로 무역적자 58% 증가? 산출 근거 부족하다"

논문은 먼저 경제 제재로 인한 예상 피해가 과장돼 있거나, 여론을 호도하는 방식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된 55개의 여론조사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자체 핵무장 찬성 비율은 평균 60%로 나왔다. 2021년과 2023년 사이 4곳 중 3곳의 여론조사에서는 자체 핵무장 찬성 비율이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다만 '경제 제재로 인한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방식으로 경제 위기를 부각한 질문이 나왔을 때(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 2023)는 핵무장 찬성 비율이 36.8%에 불과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질문의 배경이 된 '경제 제재의 후과'가 과대 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핵무장 반대 전문가에게 의존해 경제 제재에 직면하면 무역적자가 5%→23.2%→58.8%로 증가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여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같은 수치에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해당 수치를 제시한 것으로 명시된 전문가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한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역시 수치 제시 주체로 명시된 외교부·기획재정부의 경우 자료 제공자나 부서가 명시돼 있지 않아 산출 근거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1956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전년도 대비 무역수지의 변화율로 보면(한국무역협회 자료) '5%→23.2%→58.8%'의 변화율은 '일상적으로 관측되는 변동 폭'으로 볼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수치가 아니라고 논문은 주장했다.

따라서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가 이러한 수치와 주장을 심각한 경제 충격으로 인식해 핵무장을 반대하거나 기존의 지지를 철회한 것은 시나리오 자체의 과장된 구성 때문이라고 논문은 봤다.

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2025.8.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외환위기 수준의 피해 볼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도 불분명"

아울러 논문은 핵무장으로 인한 경제 제재로 IMF 외환위기 때 수준의 피해(약 30조~42조 원)를 볼 것이라는 일부 연구의 시나리오 역시 '출처 불명'이라고 비판했다.

논문은 "연구자들이 인용한 각주 문헌 어디에도 'IMF 금융위기'나 '25 billion USD' 등의 언급은 없었다"며 "경제 제재로 인한 피해와 IMF 위기를 동일시하는 공포 시나리오나 주장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 근거 없이 고착된 연상작용으로 사회적 토론이 위축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일부 연구에서 핵무장 이후 경제 제재로 개인소득의 25%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명확한 설명이나 출처를 찾을 수 없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관련 연구의 시나리오는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란 등의 경제 제재 사례를 참고하여 작성됐다고 전해진다"면서도 "미국의 반(反)핵확산 제재를 받은 8개국 가운데 1인당 GDP가 25% 감소한 사례는 미국으로부터 직접적 침공을 당한 이라크를 제외하곤 발견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핵무장을 반대하는 연구에서 제시된 전문가의 견해 및 시나리오의 신뢰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과장된 공포를 스스로 만들고 자제해야 한다고 자신을 설득하는 '셀프 가스라이팅'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국가·우호국·전략국은 제재 강도 낮아…한국이 여기에 해당"

논문은 아울러 핵무장이 자동적이고 강력한 제재로 이어진다는 통념이 사실과 다르다고도 주장했다.

논문은 36개국의 핵 개발·제재 패널데이터(1946~2023)를 분석한 결과, 민주주의 수준이 높을수록 제재 가능성이 떨어지고, 미국과 우호적일수록 실질적 제재 강도가 낮아지며, 지정학적 중요 국가일수록 제재 지속 기간·피해 규모도 적을 것으로 평가했다.

논문은 "미국 주도의 제재는 핵 개발 여부 자체보다는 민주주의 수준, 대미 우호도, 지정학적 가치에 따라 조건적으로 결정되며, 한국 정도의 위상을 갖는 국가에 대해서는 제재 부과가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며 "한국이 민주주의적 정당성, 대미 기여, 지정학적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한다면, 미국은 한국을 제재하기보다는 용인하거나 협력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자강은 선택 불가능한 길이 아니라, 조건적이고 조절 가능한 현실적 옵션"이라며 "한국은 핵자강 논의를 단순한 여론 현상이 아닌, 장기적 생존 전략의 일부로서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