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격화에 한중일 정상회의 또 '장기 공백' 우려

재개까지 4년 반 걸렸는데…'대만' 발언 철회 요구 中, 버티는 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5.10.31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외교·안보 전선에서 인적 교류까지 확산하면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또다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미 이달 초 한중일 정상회의 올해 의장국인 일본의 '미온적' 움직임이 감지돼 왔고 연내 개최는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었다.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건설적·안정적 관계 구축"에 뜻을 모았지만, 그보다는 '냉랭한 관계'가 더욱 부각된 모습이었다.

시 주석은 당시 "일본의 새로운 내각이 올바른 인식을 세우길 바란다"라며 사실상 나무라는 모습을 보였고, 다카이치 총리도 중일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을 언급하며 중국이 민감해하는 부분을 건드렸다.

그러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말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은 자국민 대상 일본 방문 자제 조치, 일본산 수산물 통관 중단, 항공 노선 감편 등 실질적 대응을 잇달아 내놓으며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오는 24일 마카오에서 예정됐던 '2025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내년 2월 춘절, 3월 양회 등 중국의 주요 정치 일정까지 감안하면 정상회의가 단기간에 재가동되기 위한 구조적 제약도 적지 않다.

한중일 고위급 다자 협의체의 일정이 줄줄이 흔들리며 한중일 3국 협력 틀이 사실상 '중단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중일한 3국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다"라며 관련 회의의 개최 조건이 갖춰지게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일본 일장기가 나란히 놓인 일러스트. 2022.07.2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 내에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다카아치 총리는 21일 대만 발언 철회 여부에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정부가 반복적으로 설명해 온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중일 3국 간 인적, 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 2008년 12월 일본에서 처음 개최 된 이후 '일본→중국→한국' 순으로 의장국을 맡아 회의를 주최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중일, 또는 한일, 한중 양국 간 갈등이 불거지며 멈췄다 재개되기를 반복해 왔다. 2019년 중국 청두 회의 이후, 4년 반만인 지난해 5월에서야 한중일 정상회의가 재개됐다. 최근 중일관계 경색을 고려하면 개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국내 정치 요인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외교 채널만으로는 봉합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이미 강경 대응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태라 이를 되돌리기 위해선 일본이 먼저 정리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양 연구위원은 "중국 내부 여론을 고려하면 쉽게 물러날 수 없는 구조"라며 "중일 모두 막다른 지점에 있어, 단기간에 수위를 낮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