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떠맡기'가 아닌 '진짜 역량 구축'이 되려면[한반도 GPS]

李 정부 출범 후 급물살 탄 '전작권 전환'…'자주 국방' 필수 조건
중요한 건 속도보다 역량…'임기 내' 시한에 매몰되어선 안 돼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접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정부의 숙원 중 하나였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입니다.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 등 실무 협의체에서 전환 조건 충족에 진전이 있었다는 내용이 계속 발표되고 있고, 전환의 주체인 미국의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전작권 전환이 "훌륭한 계획"이라며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려는 듯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곧 발표 예정인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와 한미 간 최고위급 안보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도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헤그세스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미 간 공감대가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했습니다.

전작권은 북한의 남한 침공 등 한반도에 전쟁 혹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미 연합전력을 총괄적으로 지휘·통제하는 권한입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 후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당시 유엔군사령관에게 우리 군의 지휘권을 이양했습니다. 이후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고, 유엔군 작전통제권이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갔습니다.

우리 군은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평시엔 정상적으로 병력을 지휘할 수 있지만,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우리 군에 대한 지휘권은 미국에 있는 것입니다.

한미는 2006년부터 전작권 반환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평가와 검증 절차를 거쳐 이뤄지며, 한국은 2단계인 FOC 평가를 마치고 현재 검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령부' 체제로 재편됩니다. 한미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는 '시기에 따른 전작권 전환' 방안을 합의했지만, 북핵 고도화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빠르고 자주 바뀌면서 적정한 시기를 정하기 어려워지자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전환 시기'를 정하는 대신 한미 합의하에 '조건을 충족한다면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사실 한미가 '결정'을 내리면 되는 상황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미국의 다른 행정부는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조건 미충족 등을 이유로 전작권 전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전작권 전환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약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국방비 지출을 줄이고자 동맹국들에 각 지역의 핵심 안보를 스스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전작권 전환을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와 합이 맞는 정책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전환 논의에 속도가 붙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에 나서고, 해상초계기·항공통제기 등 미국산 첨단 무기를 도입하려는 것도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미국의 자국산 무기 구매 확대 요구,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과 맥락이 닿으면서 미국 측의 '호응'을 받아낸 상황입니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최종 전환되면 유사시 대응 수위와 전력 운용 방법을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사실상 전투준비태세가 '데프콘 3'만 돼도 국군 수뇌부는 우리 땅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해방되는 기이한 구조인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더 책임을 갖고 단호히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전작권을 되찾아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국민을 지키는 군이 그 책임감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자주 국방은 필수이며, 전작권 전환은 자주 국방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정부의 '임기 내'라는 시점에 매몰돼 전작권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떠안는 상황은 그 자체로 안보 위협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남은 4년 7개월의 시간을 '데드라인'으로 삼지 말고, 먼저 우리의 국방력을 제대로 증강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군의 또 다른 숙원인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사업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군은 당장 사업을 시작해도 첫 잠수함(선도함)은 오는 2030년 중후반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이 너무 먼 미래라는 이유로 잠수함을 대충 만들어 바다에 밀어 넣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 정보 및 감시·정찰 분야도 우리 군이 정말 충분한 역량을 갖췄는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중대형 위성 확보 프로젝트인 '425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 내년이면 5기의 정찰위성이 우주 공간에서 2시간에 한 번씩 북한을 감시하게 되지만, 이 사업은 사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10여 년의 시간을 들여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급할 일이 아닙니다. 전작권 전환 첫날 전쟁이 나도 우리 군의 지휘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전작권 전환 이후 우리 군이 미국의 전력과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선명한 청사진도 필요합니다. 북한의 도발,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우리가 대응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나리오는 한둘이 아닙니다.

kimyewon@news1.kr